[현장] "눈치 보지 말고 피서 오세요"…상호금융, '찜통더위 쉼터' 역할 톡톡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7.31 08:35  수정 2025.07.31 08:35

상호금융, 올 여름 8667개 영업점 무더위 쉼터 개방

생수·커피 등 음료 제공…회의실 쉼터로 개방하기도

이용객 "직원 눈치 안 보고 쉬다갈 수 있어 너무 좋아"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수협 영업점에서 노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수협 영업점. 푹푹 찌는 날씨를 피해 영업점에 들어온 한 노인은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부채로 땀에 젖은 얼굴을 식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복 차림의 노인들이 여럿 들어왔고, 이들은 영업장 한켠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 공간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이들 중 그 누구도 번호표를 뽑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직원은 구면인듯 반갑게 노인을 맞아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노모씨(70대·남성)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맞으면서 커피 한잔 할 수 있어서 요 근래 종종 오고 있다"며 "무더위 쉼터라고 만들어두니 눈치 안 보고 쉬다 갈 수 있어서 우리 같은 노인들한텐 너무 좋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신협 영업점 내부에 '무더위 쉼터'가 마련돼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올여름도 재난 수준의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 금융권은 '무더위 쉼터'를 개방했다. 특히,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은 지역 기반 금융기관으로 어르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라는 점에서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이 높다.


실제로 상호금융은 올해 여름 8667개 영업점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한다. 이는 시중은행(5054개), 저축은행(246개) 등 전체 금융권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해당 수협 관계자는 "예년보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무더위 쉼터 이용객이 확실히 는 것 같다. 번호표 안 뽑는 어르신은 대부분 무더위 쉼터에 쉬러 오는 분들"이라며 "무더위 쉼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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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신협 영업점 내부의 회의실이 '무더위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30일 데일리안이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신협 영업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영업점 출입문에 붙어 있는 '무더위 쉼터' 스티커가 이용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내부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부채가 놓여 있었고, 어르신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회의실도 개방돼 있었다.


신협 관계자는 "어르신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점이다 보니 무더위 쉼터 이용객이 많지는 않지만 항상 준비는 돼 있다"며 "언제든 편히 쉬고 가실 수 있도록 회의실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신협 영업점에서 가정주부 지모씨(50대·여)는 "장보러 가는 길에 너무 더워서 들어왔다. 몇년 전만 해도 볼일도 없는데 은행에 들어가면 눈치가 보였다"며 "요즘에는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내부에 화장실도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새마을금고 본점 벽면에 '2025년 삼복더위극복 무더위 쉼터' 팸플릿이 걸려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독특한 콘셉트로 꾸민 무더위 쉼터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도림새마을금고 본점은 지점 한쪽 벽면에 '2025 삼복더위극복 무더위쉼터'라는 팸플릿을 걸어두고 무더위 속 이색 쉼터를 운영 중이다.


이용객들은 음료 메뉴판을 보고 생수, 아메리카노, 캔커피, 과일음료 중 하나를 택해 마실 수 있었다. 특히 생수는 매일 얼리는 생수로, 더위 속 외출길에 나선 어르신들이 밖에서도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배려가 담겼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새마을금고 본점에서 이용객들에게 제공하는 생수. ⓒ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해당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날이 많이 더워지다보니 어르신들이 휴식하러 많이들 오신다. 보통 들어오시면 20~30분씩 머무르다 가시곤 한다"며 "음료 메뉴를 팸플릿으로 만들어두니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이용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이고, 상호금융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만큼 반응이 좋아 기쁜 마음으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용객들 반응이 좋으면 무더위센터 운영 기간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더위 쉼터는 지점 영업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폭염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무더위 쉼터 운영 기간을 9월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의 원활한 무더위 쉼터 운영을 지속 점검해 나가겠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여러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도림새마을금고 본점 내부에 '무더위 쉼터'가 마련돼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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