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잇단 사망사고' 포스코이앤씨 겨냥 질타
징벌적 손배·면허 취소 등 고강도 대책 주문
중처법·산안법·건산법 등 이미 규제 겹겹이
건설업 "위축 우려, 사고예방 구조 변화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산업재해가 잇따른 포스코이앤씨를 강하게 질타하며 산재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해당 기업은 주가 폭락은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 면허 취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바짝 얼어붙은 분위기다.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 관련 고강도 제재를 고려할 것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올 들어 4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를 직접 언급하며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예방과 관련한 다양한 대책을 언급했다.
그는 “형사처벌로는 의미가 없고 똑같은 사망사고가 상습·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검토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 투자를 안 하게 만들어서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며 “심한 경우 아예 인허가 면허를 통째로 취소 정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등 겹겹이 법안이 시행 중인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제재가 더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처법은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 위반으로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안법은 보건조치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달부터는 폭염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개정안이 시행돼 건설사들은 지속되는 폭염 속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건안법 등 처벌 강화 법안 국회 계류 중
“사망사고 한 번에 중견사는 존페위기 ”
하도급 등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 필요
건산법은 영업정지 처분 및 시공능력평가액 감점,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회에선 직접적인 처벌 강화 방안을 포함한 건설안전특별법안(건안법)도 논의 중이다. 안전관리의무 위반이나 안전관리계획 미이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는 연 매출의 최대 3% 이내 과징금 또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선 산재 예방,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강도 높은 처벌 법안 시행에 따라 건설사들은 매년 ‘중대재해 제로’를 천명하고 안전관리 투자 비용을 늘리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고 사망사고 발생에 따른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처벌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사고 자체를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사고 관련 처벌이 중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 제재까지 더해지면 중견사는 사망사고 한 번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며 “마냥 투자를 늘리고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섣부른 처벌 강화는 신규 사업 감소, 주택공급 위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예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단 견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 의식이 과거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건설업체가 망하는 수준의 위기로 내몰린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산재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건설업은 타 업종과 달리 원청, 하청, 재하청 구조가 만연하단 점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는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하고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는 업체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처벌과 혜택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며 “건설업계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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