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비과세 제도 올해 말 일몰 예정…1인당 3000만원 혜택
정부, 단계적 축소 방안 검토…내년 5%·후년 9% 이자 분리과세
전문가 "손질 취지 일부 타당…취약층 보호장치 반드시 병행돼야"
업계 "비과세 폐지시 예금 이탈…수익 줄어 조합원 지원 줄어들 것"
정부가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조합원에게 제공해 온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도가 도입된 취지와 달리 중상류층의 절세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에서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상호금융조합원(회원)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특례를 연장하지 않고 저율의이자·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년 세제개편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호금융권 비과세 제도는 농어민·서민을 간접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1976년 도입됐다. 해당 제도에 따라 현재 상호금융 조합원은 예탁금 3000만원과 출자금 2000만원까지 이자 및 배당소득세(14%)가 면제되고 농어촌특별세(1.4%)만 납부한다.
비과세 제도, 중산층 특혜 지적 제기
정부는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지나치게 적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소득자들까지 준조합원으로 가입해 혜택을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농어민(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도 출자금 수만 원만 내면 누구나 '준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상호금융권에서 비과세로 인해 약 1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으로 인한 조세지출이 약 1조37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안대로 비과세 특례 일몰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조합원 예탁금과 출자금에 대해 내년부터는 5%, 2027년부터는 9%의 이자·배당소득세가 저율로 분리과세된다.
다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비과세 적용을 2027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만큼,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지는 불확실하다.
전문가 "손질 취지는 이해…서민층 보호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역 금융 접근성과 서민 보호를 위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과세 제도는 본래 서민, 농어촌 주민의 자산 형성을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세제 형평성 차원에서 정부가 제도를 손질하려는 취지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며 "단계적 전환과 저율 분리과세 방식은 제도의 목적성을 회복하려는 절충적 해법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소득 구간별 대응책과 취약계층 보호 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과세 혜택이 축소될 경우 원 이탈과 자금 유출로 지역 기반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지방 중소도시는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지방 중소도시는 상호금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역금융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도록 지역별 실태 조사와 차등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비과세 폐지 시 자금 이탈 우려 커져"
다만, 업계는 비과세 혜택이 상호금융의 근간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비과세 제도가 폐지되면 조합원 자금 유입이 크게 감소하고 이는 상호금융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다.
비과세 혜택 폐지 시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호금융권에서 비과세로 인해 약 1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계에서는 비과세 혜택 폐지 시 지난해 말 기준 5대 상호금융 비과세 예탁금 잔액인 165조8945억원 중 약 30%에 달하는 50조원가량이 이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을 손질하겠다는 것은 상호금융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니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비과세 혜택이 실질금리를 결정짓는 요소인데, 이를 단순한 세제 특혜로만 보면 안 된다. 서민 재산 형성을 위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조합원 제도에 대한 비판 여지는 일부 인정하지만, 수신 방어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라며 "올해도 비과세 일몰 연장을 목표로 국회와 논의하고 있다. 상호금융 입장에선 비과세 혜택이 다시 연장되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상호금융은 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을 대부분 예금에 의존한다"며 "일각에서는 '비조합원, 고액자산가가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는 시선이 있지만, 상호금융은 구조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내야 조합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예금 이탈이 생길 것이고, 수익이 줄어 조합원 지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상호금융은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조합원을 지원하려면 비과세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그걸 간과한 채 고액자산가만 혜택 본다고 단순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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