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리부트작 ‘슈퍼맨’이 북미에서 DC 유니버스의 재도약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며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25일 북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슈퍼맨'은 개봉 2주 만에 글로벌 수익 4억 329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2억 5985만 달러가 북미에서 발생했고,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특히 개봉 첫 주말인 11일부터 사흘간 북미 4135개 극장에서만 1억 2200만 달러의 티켓 매출을 올리며 올해 북미 전체 개봉작 중 첫 주 성적으로는 3위에 해당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DC스튜디오 작품 중에서는 2017년 '원더우먼' 이후 8년 만에 개봉 첫 주 북미 수익 1억 달러를 넘긴 영화이기도 하다. DC가 그간 '저스티스 리그', '샤잠!', '플래시', '조커: 폴리 아 되' 등에서 혹평 혹은 흥행 실패를 거듭한 만큼, 이번 성과는 제임스 건 체제에서의 첫 '승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워너브러더스 배급 책임자 제프리 골드스틴 역시 "우리는 팬들의 신뢰를 잃었고, 다시 처음부터 재창조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결과는 DC스튜디오에 꽤 큰 승리"라고 자평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81만 명에 머물며 ‘전지적 독자 시점’이나 ‘F1 더 무비’ 등 다른 경쟁작에 밀려 순위가 10위까지 떨어졌다.
‘슈퍼맨’이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는 히어로의 초능력보다는 내면의 상처와 외로움을 조명한 감정 중심 서사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 건이 직접 연출을 맡아 DCU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는 점도 현지 팬층의 기대를 모으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반면,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전제로 한 히어로 서사는 한국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잃고 있다. 콘텐츠 소비가 다양화된 시대에 이러한 정서적 거리감은 극장을 찾게 만드는 동기를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처럼 한국에서 '슈퍼맨'이 힘을 쓰지 못한 데는 콘텐츠 자체의 한계와 더불어, 한국 극장 산업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구조적 배경도 깔려 있다.
팬데믹 이후 관객의 발길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대다수 작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으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야당', '미키 17'만이 300만 명을 겨우 넘었다.
과거에는 100만~300만 관객 사이에서 선전하며 영화 시장을 지탱하던 ‘중박’ 영화들이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관객들이 ‘무조건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느낄 만큼의 압도적인 기대작이 아닌 이상, 웬만한 작품은 극장 대신 OTT로의 선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슈퍼맨’은 북미처럼 캐릭터에 대한 재신뢰 혹은 세계관의 재시작이라는 의미를 얻지 못한 채, 한국에서는 익숙하면서도 낡은 IP로 머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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