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분산하고, 지역 문화 활성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의 드림씨어터는 개관 이래 부산을 넘어 전국 관객을 유인하는 ‘거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면서 새로운 문화 예술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드림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알라딘’은 이러한 드림씨어터의 역량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22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뮤지컬 ‘알라딘’ 부산 공연은 서울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을 제치고 월간 총티켓예매액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별 예매 비율이다. ‘알라딘’의 공연 예매 현황은 드림씨어터가 가진 강력한 집객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드림씨어터는 개관 이래 전체 예매자의 40%에 달하는 타 지역 관객 비율을 꾸준히 유지해왔는데, ‘알라딘’ 역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부산 외에도 경남 지역 등 인접 지역을 비롯한 타 지역 관객들의 관람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작품의 힘’이 작용한 면도 크다. ‘알라딘’은 이미 201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210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하고, 이번 한국 초연 역시 지난해 개막 이후 ‘가장 구하고 싶은 티켓’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드림씨어터는 스페셜 티켓 증정, 배우들과 직·간접 소통이 가능한 팝업존 운영 등의 이벤트를 통해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알라딘’에 앞서서도 드림씨어터는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 등을 통해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쓰기도 했다. ‘좋은 콘텐츠’가 우선이지만, 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극장이라는 ‘그릇’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실제로 드림씨어터가 들어선 이후 부산은 지역 문화 예술의 허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드림씨어터 개관(2019년) 이듬해에 약 140억3262만원의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고,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엔 티켓판매액 약 822억207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면, 티켓 예매수에서 가장 우수한 티켓 예매수(약 106만매)를 자랑하며, 티켓 판매액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라딘’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은 타 지역 관객들은 공연 관람 외에도 부산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고 지역 상권을 이용하며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제작사에선 이 일환으로 ‘움직이는 전망대’로 불리는 부산 여행의 인기 코스 블루라인파크 해변 열차를 ‘알라딘 소원 열차’로 바꿔 운영 중이다. 해변 열차의 내외부를 작품과 한국 초연의 알라딘, 지니, 자스민 배우들의 캐릭터 이미지로 디자인했다.
지역민들에게도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 향유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의 문화 예술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드림씨어터가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예술 인프라 속에서 지역 극장이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 공연 관계자는 “드림씨어터의 성공은 공연계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크다”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 인프라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공연장의 문제로 사실상 서울 공연에서 규모를 축소해 운영할 수밖에 지역 공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면서 지역 공연에 대한 편견을 깨는 역할을 했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문화 예술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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