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 속 확대되는 예대차에
올 상반기 10조 육박 예상 성적표
하반기 실적 가를 새 돌파구 찾아야
이번주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10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하기에 예대마진이 오히려 확대되면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이들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9조9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한 수치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리딩금융 자리는 KB금융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급증한 3조336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1년 전보다 8.74% 증가한 2조93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KB금융의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은 2조2330억원의 순이익으로, 같은 기간 동안 7.9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446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6%가량 줄어들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호실적을 시현하는 것은 올들어 지속적으로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예금금리는 빠르게 낮아졌다. 그러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제한되면서 예대차가 벌어졌다.
은행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수신금리를 낮추며 이자 비용을 줄였다.
은행연합회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의 전월취급 평균금리는 2.50~2.55%로, 대부분 연 2%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며 수요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기준 대출금리에 각 은행이 설정하는 가산금리가 더해져서 정해진다. 가산금리가 오르면 전체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문제는 상반기 실적 잔치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다.
이달 들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됐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관리 등이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금융지주들의 이자이익 성장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자이익 축소에 대비한 비이자수익 확대 사업의 효과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반기 수준의 대출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지주들이 보험사 인수, 비금융 사업 확대 등으로 수익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예대마진 확대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대출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마진 축소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비이자 부문의 수익을 다각화하고, 건전성 관리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등 내실 경영이 하반기 실적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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