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기세 좋은 배우 노재원의 ‘이유 있는’ 활약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7.20 10:57  수정 2025.07.22 06:34

124번 참가자 남규 역

“패기와 기세 되새기며 연기…

부담감 있었지만 내가 생각한 연기 펼쳐내려고 해.”

망상장애를 가진 공시생부터 마약중독자 빌런까지. 배우 노재원이 여러 캐릭터를 섭렵하며 남다른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를 바탕으로, 선역과 악역을 능숙하게 오가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배우 임시완을 비롯해 양동근, 조유리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오징어 게임’ 시즌2, 3에서도 뒤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자신만의 빌런을 완성했다.


노재원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3에서 124번 참가자 남규 역을 맡아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잔혹한 생존 게임에 참여했다. 코인 투자에 실패해 3억을 잃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 인물. 처음엔 퇴물 래퍼 타노스(최승현 분)의 수하였지만, 갈수록 커지는 욕망을 숨기지 못한다. 타노스의 마약까지 접하며 걷잡을 수 없는 악행도 저지른다.


처음부터 ‘악역’ 임을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해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지 알 수 없었고, 남규 역할을 확인한 뒤엔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신이 났다. 작품에선 미처 다뤄지지 못한 남규의 서사부터 상상하며 천천히 입체감을 부여해 나갔다.


“처음엔 타노스 옆에만 붙어 있지만, 그냥 그런 인물로만 연기하고 싶진 않았다. 남규는 응어리로 뭉친 인물이라고 여겼다. 클럽 MD 출신으로, 무시당하는 걸 싫어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최고가 되고 싶지만, 그게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내 안에 있는 모습들을 많이 끄집어내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걸 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 않나. 타노스가 죽고 난 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려고 했다.”


타노스의 죽음 이후, 자신감을 얻으며 더욱 악랄해지는 남규의 ‘변화’를 납득 가능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질한 듯, 때로는 섬뜩한 얼굴을 꺼내 보이는 남규의 미묘한 포인트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을 법도 했지만 노재원은 찰나의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으며 자신만의 빌런을 완성해 냈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타노스랑 붙어 있을 때는 최대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을 눌러야 한다고 해주셨다. 타노스가 죽기 전에는 타노스 위에 있고 싶은 마음, 타노스를 질투하는 마음들을 누르려고 했다. 그가 죽고 나서는 내가 못 꺼냈던 감정들을 마음껏 펼쳤다. 활개를 쳐보려고 했다.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 타노스가 없었으면 남규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에 취해 신이 나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은 노재원에게도 어려운 숙제였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힘들어 ‘놀이를 하는 아이’가 된 것처럼 연기했다면, 약에 취한 연기를 할 땐 최대한 다양한 감각을 떠올리며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했다. 이러한 디테일이 노재원의 특색 있는 연기를 완성하는 비결이었다.


“마약 연기는 너무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를 따라 하게 될 것 같았다. 나만의 표현을 해야 했다. 많은 영화도 보고, 중독자 영상도 찾아봤다. 내게 중요했던 건, ‘나한테 맞는 감각은 무엇일까’였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숙취라던지, 온몸에 좀이 쑤실 때의 느낌이라던지. 그런 감각을 떠올리며, 그것을 확장하려고 했다. 별의별 걸 다해봤다. 턱을 가만히 못 두는 느낌 등 이런저런 감정들을 떠올렸다.”



그 결과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가장 주목받는 캐릭터 중 한 명이 됐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두고도 거래를 하는 명기(임시완 분)도 ‘가장 나쁜 빌런’ 중 한 명이었지만, 남규 또한 만만치 않은 악인으로 평가받으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


노재원은 이렇듯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패기 있게 임하며 ‘뿌듯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저는 패기와 기세만 가지고 연기를 했었다. 현장에서도 주눅 들지 말고,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마음껏 표현해 보자고만 생각했다. 물론 엄청 큰 작품이지만, 그걸 이끌어주고 이해해 주는 감독님이 계셨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생각한 연기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확신을 했다. 촬영할 땐 힘들었다. ‘내가 연기를 못하나’ 싶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남규가 과연 맞나’, ‘피해만 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촬영장 가기 전에 방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읽고 가곤 했다. ‘패기’, ‘기세’ 이런 것들이 적혀 있다. ‘5년 후의 노재원이 뿌듯할 연기를 하자’라고 생각했다. 남을 위해 하지 말고, 내가 생각한 건 펼쳐 보이려고 늘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라 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노력한 것 같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노재원은 이후 ‘살인자ㅇ난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나인퍼즐’ 등 여러 작품들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23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주목받기 전까지 독립영화 또는 조연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노재원은 그때도 자신만의 확신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미래가 불안해서 걱정한 적은 없다. ‘좋은 연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를 해 왔다. 또 소박한 기회들이 늘 있어서 감지덕지하며 연기를 했었다. 연기를 잘 해내고 싶어서 불안한 건 있는데, 그건 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해소한다기보다는 그 마음을 가진 채로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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