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고 렌트카 못 믿겠다고?… "221개 점검에 하부 스캔까지"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7.17 15:00  수정 2025.07.17 15:36

SK렌터카 중고차 경매장 천안 '오토옥션' 방문기

경매부터 상품화, 라이브 방송까지 한 곳에서

"'레몬마켓' 중고차 시장, 신뢰도 키울 것"

제네시스 G80 차량이 하부스캐너 위를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중고차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업체들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법적 성능 점검지와 별개로 차량 하부 스캔 정보 등을 제공합니다. 차량이 지나가면 차량 하부는 물론 등속조인트까지 전부 찍힙니다. 업계에서 이걸 제공하는 곳은 저희가 유일할 겁니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직접 마이크를 쥐고 자신감에 찬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 처럼 바닥에 솟은 작은 시설물 위를 지나갔을 뿐인 제네시스 G80 차량은 잠시 후 바닥면 사진부터 바퀴와 차량 바디를 연결하는 등속 조인트까지 낱낱이 발가벗겨졌다. 지난 14일 방문한 SK렌터카 '오토옥션'에서였다.


하부스캐너 위를 지나간 뒤 표시된 G80 차량의 하부 사진.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오토옥션은 SK렌터카가 세운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이자, 브랜드 첫 자체 도매시설이다. 연면적만 약 8만9000㎡, 주차 가능 차량은 최대 3000대에 달한다.


세워진 목적은 '경매장'이지만, 이 곳이 특별한 건 단순히 경매만 이뤄지는 시설이 아니란 점에서다. 회당 약 1000대 규모의 차량이 출품되는 대규모 경매는 물론, 이곳 저곳에서 때묻은 중고 차량들이 신차급으로 다시 태어나는 '상품화' 시설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오토옥션의 하이라이트인 '프루브 스테이션'은 국내 중고차 업체들이 그간 해왔던 상품화 공정의 기준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없는 차량 하부 정보를 찍기 위한 최첨단 시설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AI 기반 외관 판독 시스템, 221가지 항목의 성능 진단은 이 곳에선 기본값에 불과하다.


세스코 직원이 내부 살균과 탈취를 진행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중고차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은 하부스캐너 뿐 아니라 곳곳에서 드러난다. 냄새나 위생 문제가 자주 지적되는 중고차 특성을 반영해 위생기업 세스코와 협업해 차량 내부 살균, 탈취, 공기 정화까지 일괄 처리하는 시설을 따로 마련했다.


전기차의 잔존 성능과 배터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기차 맞춤형 진단도 도입했다. 배터리 성능을 자체적으로 시험한 후 '배터리 잔존 성능 진단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식이다.


경매 회원사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차량의 외관부터 하부 등을 실시간으로 비춰준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출품 차량의 상태를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인스펙션 스튜디오'도 도입했다. 이 공간에서는 경매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문 진행자가 차량의 내·외관 상태, 주요 옵션, 이상 유무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경매 입찰자가 '트렁크에 골프백이 몇 개 실리나요'와 같은 질문을 남기면 현장에서 곧바로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식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오토옥션은 SK렌터카의 중고차 경매 센터를 넘어 신뢰도를 높일 핵심 카드로서 활약할 전망이다. 장기렌트로 이용된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까지 낮은 만큼, 중고 도매업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향후 소매업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정환 대표는 "SK렌터카 대표로 오기 전에 중고차 소매업체 오토플러스에서 4년정도 대표를 맡았었다. 우선 SK렌터카의 본업인 렌트카 집중하고, 소매는 오토옥션이 활성화된 다음 향후 적절한 때가 되면 진출하는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어 "중고차의 가장 큰 약점이 '레몬마켓'이라고 해서 신뢰의 문제다. SK렌터카는 이 부분에서 최적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췄다. 고객과 1대1로 방송하거나 큐레이션하는 스튜디오도 마련했다"며 "케이카, 티카처럼 바로 인증중고차를 바로 출시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차량의 모든 각도를 시각화하는 '360도 VR 자동화 촬영' 존ⓒ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SK렌터카는 올해 말까지 회원사 1000개 확보, 출품대수 2만대 및 낙찰률 70% 이상 달성을 단기 목표로 설정했다. 오픈 초기에는 SK렌터카의 차량 중심으로 출품 물량을 구성하되, 외부 출품 차량 유치 확대를 통해 거래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순한 경매장을 넘어, 연간 10만 대 이상 차량을 출품하는 국내 대표 자동차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매뿐만 아니라, 물류·정비·상품화 등 유통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형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경매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나간다는 목표다.


SK렌터카 관계자는 “SK렌터카 오토옥션은 단순 중고차 경매 시설을 넘어, 정비 및 상품화에 이르는 중고차 유통 전 과정을 자체 인프라를 통해 한 번에 제공하는 신개념 플랫폼”이라며, “지속적인 인프라 고도화와 서비스 혁신을 통해 중고차 유통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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