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국을 향해 “스스로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71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간 막바지 관세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카드를 다시 꺼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에서 미군의 한국 주둔 사실을 언급한 뒤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만들었는데, 조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그걸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인상)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나는 (한국에) ‘그러나 다음 해(2020년)에는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정 선거(2020년 미국 대선)가 있었고 우리는 다시 협상하지 못했다”며 “아마도 그들은 바이든에게 ‘트럼프가 우리를 끔찍하게 대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내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바이든)는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깎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언급은 사실과 다르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 인상을 요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선거전 때 한국을 ‘머니 머신’(돈 많은 나라)으로 부르며 한국이 방위비로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번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가 비준 동의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르면 2026년 방위비는 1조 5192억 원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한·미 간 관세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방위비 압박을 통해 레버리지(지렛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는 전날 서한을 통해 8월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8월 1일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관세 언급 도중 나왔다. 그는 “거의 모든 국가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해 왔다. 우리는 수십 년간 모든 국가와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해 왔고, 모든 국가와 나쁜 협정을 한 큰 모델처럼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국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거기에 (미군이) 머물렀다. 그들은 군사비(주한미군 주둔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4만 5000명이라고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 8000명 정도다. 그가 이 수치를 잘못 말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집권 1기 때부터 그는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하며 주한미군 규모를 잘못 말해왔는데 이 수치가 트럼프 머릿 속에서 그대로 기억돼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주한미군 규모를 고의로 부풀려서 강조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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