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어린 자매 목숨 잇따라 앗아간 화재 참변 …공통 원인은 '멀티탭'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7.08 09:18  수정 2025.07.08 09:18

멀티탭 피복 벗겨진 단락 흔적 확인…에어컨과 실외기 등 고전력 전자제품 꽂혀 있어

부산 공동주택 화재 2만3547건 가운데 29.6%에 달하는 6971건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

지난달 24일 부산 진구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최근 부산에서 어린 자매들이 잇따라 사망한 가운데 이들 화재의 공통된 원인으로 '멀티탭'이 지목됐다.


8일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달 2일 8살과 6살 자매가 숨진 아파트 화재는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멀티탭 피복이 벗겨진 단락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멀티탭에는 에어컨뿐만 아니라 실외기도 함께 꽂혀 있었다. 고전력 전자제품의 경우 화재 위험 때문에 멀티탭에 동시에 꽂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불이 난 멀티탭이 어떤 제품이었는지, 정격 용량이 적정했는지 등은 불에 타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새벽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자매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도 거실 멀티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관기관 합동 감식 결과 해당 멀티탭에는 컴퓨터 등 전자기기 전선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부산의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2만3547건의 화재 가운데 29.6%에 달하는 6971건이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이는 '부주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화재 원인이다.


전기적 요인 가운데 콘센트로 인한 화재는 최근 5년 사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 2020년 396건이었다가 2022년 435건, 지난해 504건으로 5년 만에 27%가량 증가했다.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최대 허용 전력량을 초과하면 전선이 과열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오는 10일 오후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검증 및 안전대책'을 주제로 화재 실험을 진행한다.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에 따른 발화 가능성, 정격용량 미충족 콘센트 사용 시 과전류 여부, 꼬인 상태나 헐겁게 체결 등 부적정한 사용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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