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괜찮을까…머스크 '미국당 창당' 선언 파장 주목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5.07.06 11:49  수정 2025.07.06 12:10

엑스 통해 신당 창당 발표…공화당‧민주당 싸잡아 비난

소수 의석 확보해 캐스팅보트 역할 노린 듯

트럼프 보복조치 나설 경우 로보택시 사업 등 난관 우려

3월1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로 떠나기 직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신당 창당을 발표하며 그동안 각을 세워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쪽에 강경하게 대응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에도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머스크는 5일(현시지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여러분들은 찬반 2대 1 비율로 새 정당을 원하며, 그것을 갖게 될 것”이라며 “오늘 ‘미국당(America Party)’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민들이 ‘찬반 2대 1 비율로 새 정당을 원한다’는 주장은 전날 자신이 X를 통해 실시한 신당 창당 여론조사에서 찬성 65%, 반대 35%가 나온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낭비와 부패로 우리나라를 파산시키는 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제' 속에 살고 있다”고 창당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의 거대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낭비와 부패로 미국을 파산시키는 데 한통속이라고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앞서 머스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의제를 포괄한 법안에 서명한 4일, X에 창당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 창구를 띄우며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이후 게시한 추가 글에서 “이것을 실행하는 한 가지 방법은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9곳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 법안에 결정적인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고,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반 트럼프’ 및 ‘비 민주당’ 지지표를 흡수해 상·하원에서 일정 정도의 의석을 확보한 뒤 지금처럼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막고, ‘캐스팅보트(표결에서 동수가 나왔을 때 결정권을 갖는 제3세력)’를 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일약 최측근으로 부상했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국경보안 강화책 등 핵심 의제를 두루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트럼프에 각을 세운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한동안 정부 구조조정과 인원·지출 감축을 이끌었던 머스크는 대규모 지출 계획을 담은 이 법이 정부 부채를 늘리게 된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이 법안은 결국 3일 의회를 최종 통과한 데 이어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법제화됐다.


지난달 머스크가 1차로 법안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파열음을 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머스크가 꼬리를 내리면서 봉합되나 싶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며 법제화 작업을 끝내자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전기차 우대 정책 폐기에 불만을 품은 머스크가 ‘지극히 사적인 이유(미국 내 테슬라 전기차 판매 가격 상승)’로 법안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머스크 사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 머스크 사업체와 정부 간 기존 계약 해지, 더 나아가 머스크 추방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머스크의 신당 창당이 현실화돼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 세력으로 부상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경고도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머스크의 주력 사업체인 테슬라에 치명적 악재다.


테슬라 주가는 앞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가파르게 하락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 5월 장중 최고 367.71달러까지 올랐던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 CEO가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쏟아내면서 지난할 한때 273.21달러까지 폭락했다.


머스크가 꼬리를 내리며 300달러 선을 되찾았던 테슬라 주가는 둘 사이의 관계가 다시 악화되며 다시 하락하는 등 요동쳐 왔다.


테슬라 주가를 부양하는 사업적 요인이 ‘로보택시(자율주행 무인택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인 상황에서, 규제당국을 장악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은 이 호재를 악재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웨드부시(Wedbush)는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은 투자자 사이에 새로운 불확실성과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로보택시와 사이버캡 성공의 핵심 요소가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테슬라와 관련한 정부 지출에 더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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