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유난히 조용했다.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어 관객 수는 줄어들며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 누적 관객 수는 4249만7285이었다. 이는 천만 영화 두 편이 터졌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93만명보다 무려 2000만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회복세를 보이던 팬데믹 직후인 2022년(4494만명)보다도 낮은 수치이며,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2004년 이후 21년 만의 최저다.
상황을 보여주듯,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야당'의 관객수는 337만 명이며, 올해 손익분기점을 한국영화는 '히트맨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승부', '신명'까지 단 6편 뿐이었다.
할리우드 기대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과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더 레코닝' 역시 누적 관객수가 300만 명대에 그쳤다. 상반기 극장가를 이끌 만한 대표작이 없었던 셈이다.
극장 외부에서 벌어지는 콘텐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지만, 극장 안에서는 여전히 익숙한 장르와 서사에 기대는 흐름이 이어졌다. 관객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새로움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침체는 예고된 결과에 가깝다.
이에 하반기가 사실상 승부처가 됐다. '전지적 독자시점', '악마가 이사왔다', '좀비딸'이 여름 극장가를 공략한다.
'전지적 독자시점'은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형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스케일감 있는 연출과 풍성한 볼거리로 승부수를 던진다.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 경험을 앞세워 젊은 팬층을 겨냥하고 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신선한 설정의 코미디로 장르적 진입 장벽을 낮추며, 가족 단위 관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췄다.
'좀비딸'은 인기 웹툰 기반의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장르 안에 변주를 시도하고 있으며, 원작 팬층의 충성도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각각의 작품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객층과의 접점을 시도하는 만큼, 이들의 성과는 단순한 개별 성적이 아니라, 극장이 어떠 콘텐츠로 관객과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와 함께 극장가 회복의 방향을 결정 짓는다.
이 작품들이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극장은 올해 회복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 여파는 투자 위축과 제작 감소, 관객 이탈의 가속화로 이어지며 위기 국면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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