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사라진 K-뮤지컬, ‘한국형 오프브로드웨이’가 활로 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06 08:02  수정 2025.07.06 08:02

"서울 외 지역에서 공연 개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공간 제공' 넘어 공연 숙성시킬 수 있는 '환경' 마련해야

ⓒNHN링크

“‘메이비 해피엔딩’(한국 공연명: ‘어쩌면 해피엔딩’)도 두 달 동안 애틀랜타 트라이아웃 공연을 지나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습니다.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시스템처럼 한국 뮤지컬도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공연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합니다.”


최근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의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천휴 작가는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지역 중심의 한국형 오프브로드웨이’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


그가 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 2016년 뉴욕 낭독 공연을 시작으로, 2020년 애틀랜타 트라이아웃 공연을 지나 2024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 토니상 6관왕을 비롯해 뉴욕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미국의 주요 시상식 트로피를 잇달아 거머쥔 바 있다.


현재 한국 뮤지컬 생태계는 제작비와 흥행 부담이 막대한 대극장 공연과 생계 유지조차 빠듯한 소극장 공연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창의적인 시도와 새로운 작품 개발을 저해하고, 스타 배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등 불균형적인 성장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작품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시험하고, 스타가 아닌 실력 있는 배우들이 역량으로 평가받는 ‘중간 시장’의 구축이 절실하다. 박천휴 작가가 제안하는 ‘한국형 오프브로드웨이’는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해 줄 해법으로 제시된다.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는 브로드웨이로 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뮤지컬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왔다. ‘렌트’ ‘해밀턴’ ‘에비뉴q’ ‘스프링 어웨이크’ 등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탄생하고 발전해 브로드웨이에서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을 검증 받은 대표적 사례다. 이는 다시금 새로운 작품 개발과 투자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한국형 오프브로드웨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단순히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간 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창작 지원금, 멘토링 프로그램, 리딩 공연 기회 제공 등이 이뤄지고 관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발전시키는 ‘디벨롭’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민간 제작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은 대극장 작품에 비해 초기 제작비 부담이 적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뮤지컬 관람의 문턱을 낮추고, 잠재적인 관객들을 유입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티켓 가격 정책과 홍보 전략을 등을 수립하는 것도 과제다.


업계에선 ‘한국형 오프브로드웨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단순히 특정 작품의 성공을 넘어, 한국 뮤지컬 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창작자들이 작품을 잘 묵혀서 정성껏 숙성시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면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 뒤에도 이런 과정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된 과정도 그렇고, 미국에서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통해 작품이 성숙된 이후 베테랑 프로듀서 리처즈의 제안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시도와 재능 있는 인재들이 빛을 발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허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프브로드웨이처럼 지역에서 공연을 올리고 개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뮤지컬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한국 뮤지컬 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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