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희귀식물 무단 이식 논란
국가유산청 ‘작업 중지’ 명령 내렸다가
현장 확인 후 공사 재개 허가
환경단체 “관리 부실 넘어 직무 유기”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 서면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정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주민 30년 숙원이라 불리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공사 시작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 문제를 이유로 ‘조건부 허가’를 얻어 겨우 공사를 시작하나 싶었는데, 최근 보고 없이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강행하다 정부로부터 ‘공사 중지’ 제재를 받았다. 현장 조사 후 공사는 재개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사업 전면 백지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9일 강원도 양양군이 케이블카 공사에서 희귀식물을 무단으로 이식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 등 행위 중지’ 명령을 내렸다.
양양군은 지난 2023년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구할 때 ▲무장애 탐방로 구간의 식생 훼손 최소화 ▲희귀식물의 현지 외 보전 방안 강구 ▲암석 보호 및 지주 안정성 확보 등을 조건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양양군은 허가 절차상 공사에 앞서 선행해야 할 착수신고서나 조건부 허가 사항 이행계획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 예규 ‘자연유산 현상 변경 등 허가 절차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허가 사항 이행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점검 결과 허가 없이 사업을 시행하거나 허가 조건을 위반하면 해당 행위자를 고발하고, 원상회복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양양군이 희귀 식물을 무단으로 이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경단체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연합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선 이번 사태는, 지난 10여 년간 사업자인 양양군이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에 기대어 정치적 연줄에만 의존했을 뿐, 정작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는 전무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번 사태는 양양군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이 빚은 예견된 참사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아고산대에서의 이식 불가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전 검증 절차를 건너뛰려 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국가유산청 공사 중단 명령 이후 같은 달 22일에 사업은 재개했다. 국가유산청에서 위촉한 전문가(위원) 3명이 희귀식물 이식 공사 현장 점검 끝에 공사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공사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환경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지역 환경단체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사항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원주지방환경청에 요구했으나 “직무 유기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원주환경청에서 보내온 답변서 내용을 지난달 30일 공개하며 “국립생태원 등 환경부 산하 전문 기관에 검증을 요청하라는 요구를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공식 거부하고, 검증 책임을 사업자인 양양군이 구성한 사후모니터링 자문위원회에 떠넘겨 사실상 셀프 검증하도록 방치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양양군이 지난 9일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시작했음에도 15일이 지난 24일에야 현장을 찾은 일을 두고 “뒷북 점검을 하고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감독기관으로서 책임을 회피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독기관이 법규에 명시된 현장 조사, 전문가 참여, 공사 중지 요청 등을 도외시한 채 공사 행위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국가가 부여한 책임을 내던진 명백한 직무 유기”라며 원주지방환경청장을 비롯해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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