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여성이 평생 저축한 돈을 크루즈에 쏟아붓고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출신의 샤론 레인(77)은 장기 거주용 크루즈 '빌라 비 오디세이'의 선실을 구매해 15년간 바다를 누비며 세계 곳곳으로 떠나는 여정에 올랐다.
레인은 "평생의 꿈을 실행에 옮겼다"며 "수년 간 기다려온 삶을 이제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인이 구입한 객실은 창문이 없는 내부 선실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갑판 위에서 보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크루즈 객실 가격은 내부 선실 기준 12만9000달러(약 1억7400만원)부터 시작한다. 탑승객들이 지불해야하는 월 이용료는 1인 기준 2000~3000달러(약 270만~406만원) 수준이다.
외부 전망이 보이는 선실은 16만9000달러(약 2억3300만원)부터 시작하며, 월 이용료 역시 500달러(약 69만원)가 추가로 든다.
월 이용료에 하루 세 끼 식사가 포함돼 있다. 저녁 식사 때 제공되는 주류, 와이파이, 주 1회 객실 청소, 시술이나 약제비를 제외한 간단한 진료비 등도 포함된다. 여기에 24시간 룸서비스와 격주 세탁 서비스도 추가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다.
레인은 "더 이상 장을 안 봐도 되고,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캘리포니아 집에서 사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든다"고 설명했다.
레인은 과거에도 3년 간의 장기 크루즈 여행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무산된 경험이 있다. 당시 살던 집을 처분했던 그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실버타운으로 이사했지만, 그곳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고.
그는 "그곳에 있던 2년 동안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정착하지도 못 했고, 정착했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 했다"며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정말 꿈이 실현됐다. 15년 후에는 집을 구하거나 또 다른 배에 오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 배의 갑판이 내겐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빌라 비 오디세이는 30년 된 선박을 개조한 장기 항해 크루즈다. 최대 500명 탑승 가능하며 현재 객실 450여 개가 운영 중이다. 탑승객의 55%는 혼자 탑승했다. 대부분이 미국·캐나다 국적이며, 호주·뉴질랜드 출신도 다수 있다.
레인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사람들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니 삶이 편안해졌다"며 "이제 내 삶에 복잡한 건 필요 없다. 단순한 일상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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