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글로벌 전력기기 대응...효성중공업 중심 체질전환 주도
글로벌 감각 녹인 선구안...유럽 초고압변압기 수주 확대 지속
“수익·성장성 모두 잡는다”...‘뉴 효성’ 재무구조 개선 작업 속도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전력 대전환의 한가운데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계열 분리 이후 1년간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체질 전환을 주도하며 효성중공업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워냈다. 글로벌 전력기기 수출 기업으로 도약한 효성중공업의 약진은 조 회장의 선제적 전략과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전력 수요 폭증...수출 돌파구 찾은 효성중공업
현재 AI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 확산과 전기차 보급 확대는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강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력망 인프라 확충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 수출을 중심으로 미국·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변압기는 발전·송전·배전에 모두 사용되는 핵심 고부가 장비로,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 흐름과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 달러에서 2030년 5320억 달러, 2050년에는 6360억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관련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효성중공업은 유럽 주요국에서 잇단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들어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공급 계약을 맺었고 지난 5월에는 영국 스코티쉬파워와 약 8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2015년 스코틀랜드 시장에 진출한 이후 고객 기반을 확대하면서 2022년부터 영국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도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 회장은 국내 창원 공장과 멤피스 공장 투자를 통해 수요 대응력을 높였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창원 공장에는 333억원, 올해부터는 멤피스에 약 720억원을 들여 공장 증설을 진행해왔다. 북미 시장 확대에 맞춰 2027년까지 북미 대형 변압기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상태다.
실적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을 달성해 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는 2023년 말 5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9조2000억원으로 59% 증가했고 올 1분기 말 10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사 측이 올해 수주 성장률 자제 전망치를 5%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수준”이라며 “증설 효과와 북미 수주 비중 확대, 전력망 투자 및 전력기기 가격 상승을 반영하면 올해 수주금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6조58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책임경영 강화...비핵심 자산 매각·전략적 지분 거래도
조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은 지난해 7월, 장남 조현준 회장의 ㈜효성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으로 계열이 분리됐다. 이후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효성티앤씨·효성화학 등을 거느린 ㈜효성을 총괄하며 전력기기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AI 시대에 발맞춰 전 세계 전력 시장에서 핵심 전력기기 공급사로 도약하는 것을 그룹의 중점 과제로 제시해왔다. 조 회장의 전략적 리더십 아래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기술력과 현지 생산 대응력, 글로벌 고객 기반을 두루 갖춘 ‘준비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영 전면에서 책임 리더십도 강화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효성중공업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는 2018년 인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조 회장이 효성중공업 경영 전면에 나선 사례다. 신성장 동력인 전력기기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의 선구적 관점 전략에는 글로벌 경영 감각이 깊이 배어 있다.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법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마친 그는 미쓰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도쿄지점에서 실무를 익혔다. 1997년 효성에 합류한 이후 성과 중심 경영 기조를 정착시켰고 2017년 그룹 회장 취임 후 전략본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주 역량을 끌어올렸다.
계열 분리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특수가스 사업을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어 온산 탱크터미널 자산도 약 1500억원에 ㈜효성에 양도했고 현재는 옵티컬필름 사업부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자산 매각을 통해 효성화학의 올해 1분기 말 자본총계는 3007억원을 기록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지난해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후 조 회장은 ㈜효성과 효성중공업 등 주식을 상속받으며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됐다. 이에 지난 5월 효성중공업 지분 14.9% 중 4.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미국의 메이저급 테크펀드에 매각했다. 거래 규모는 약 2596억원으로, 회사가 장기적 협력 관계를 강조하면서 시장의 우려도 크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빠른 판단력과 글로벌 안목은 효성중공업을 전력기기 산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동력”이라며 “단기 실적과 장기 비전 양쪽을 아우르는 미래형 리더십이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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