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감독 "'노이즈',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포감 최대화"[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6.29 11:21  수정 2025.06.29 11:21

단편 '선'으로 제66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되며 가능성을 입증했던 김수진 감독이 첫 장편 '노이즈'로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 갈등을 현실 스릴러의 프레임 안에 배치하고, 청각 장애인 주인공의 감각을 따라 초자연적 공포를 증폭시킨 '노이즈'는 한국에서 드물게 사운드를 중심축으로 삼아 감각적으로 공포감에 침투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이에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고, 117개국 선판매를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김수진 감독은 현실과 초자연적인 현상의 만남에 흥미를 느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사에서 원안을 받았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아 합류하게 됐어요. 일반적인 층간소음을 다룬 영화는 꽤 많이 있는 편인데 스릴러에서 초자연적인 공포가 접목된 부분을 잘 살리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김수진 감독은 일상의 갈등에서 출발해 초자연적인 공포로 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톤의 균형'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톤을 고민 많이 했어요. 너무 현실적이면 초자연이 떠버리고, 너무 초자연적이면 현실이 맥빠지니까. 첫 신부터 공포스러운 느낌을 잡으려고 했고, 전체적으로 소리로 연결되게 설계를 했습니다. 사실 안 들릴 때가 제일 무서운 순간이더라고요. 관객이 보기엔 먹먹하네 정도일 수 있지만, 거기서 미세하게 들리는 공간음, 그 질감이 달라져요. 사운드 감독님이랑 조율 많이 했고,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었어요."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배경 설명이 아니라, 영화의 공포 감각을 극대화하는 핵심 장치로도 작용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음성인식 앱에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기이한 문장들은 시청각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불안을 시각적으로 증폭시킨다.


"주인공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설정이라 디테일을 위해 많이 조사해봤는데 실제로 음성 인식 어플 쓰시더라고요. 그걸 장르적으로 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아무 소리 안 들리는데 갑자기 뭔가가 화면에 뜨면 너무 무섭잖아요. 의미도 모르겠는 문장들이 확확 뜨고, 그런 기이함을 표현해보려 했습니다."


김 감독은 아파트라는 공간이 갖는 특징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공간 구현에 힘을 썼다.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고, 전작 '선'도 아파트를 배경으로 했었거든요. 공감도 크고, 비상계단이나 지하창고처럼 갈 수 없는 공간이 주는 공포도 강해서 이번에도 아파트로 설정했어요. 해외 공포영화 보면 외딴집이 무대잖아요. 초자연적인 게 당연할 수 있는 공간인데 아파트인데 '누구지?' 이런 생각부터 하게 되잖아요. 그런 점도 작용했죠. 배경으로 중요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죠. 서울은 촬영 허가도 어렵고, 너무 인구 밀집된 곳은 또 영화적인 분위기가 안 살거든요. 재건축 들어갈 것 같은 오래된 아파트를 원했는데 군산, 천안 쪽에서 운 좋게 찾았어요."


ⓒ(주)바이포엠스튜디오

김수진 감독은 배우 이선빈의 기존 이미지를 넘어서는, 새로운 얼굴을 끌어내고 싶었다.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으로 공포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감정의 진폭을 소화해낼 수 있으리라는 이선빈을 향한 확신은, 직접 만나고 나서 더욱 커졌다.


"전작들에서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기억했는데, 전 이 배우가 더 강렬한 걸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포 장르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만나보고 나니까 '이 사람한테 다른 얼굴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신인감독에 첫 주연, 부담도 컸을 텐데 정말 잘 해줬어요. 지하실 촬영할 때 콩가루로 먼지 세팅한 것도 있었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도 못 쓰고 고생 많이 했죠. 근데 그 와중에도 누워서 티슈 한 장 얼굴에 얹고 대기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너무 열심히 하고 표현도 잘 해줘서 저에겐 선물 같은 배우였어요."


감독은 관객이 인물의 입장에서 공포를 체감할 수 있도록 연출적 장치를 다양하게 배치했다. 이는 화면의 움직임뿐 아니라 인물 시점을 중심에 둔 시각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면서도 이야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매체는 영화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 시점도 많이 활용했고, 캠코더 화면도 넣었고요. 관객이 ‘저 안에 들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정은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아이템은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오컬트, 추리, 시리즈물도 있고요. 이번에는 현실 기반의 클래식한 셋업이었지만, 다음에는 AI나 음성인식 같은 현대적인 요소를 활용한 이야기도 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김수진 감독은 공포영화야말로 극장에서 경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는다. 스크린과 사운드, 그리고 타인과의 동시 감각이 하나로 작동할 때, 장르의 긴장과 몰입은 극대화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노이즈'를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이유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소리, 화면, 그리고 함께 본다는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 요소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장르가 저는 공포라고 생각해요. '노이즈'는 그런 요소를 최대한 극대화해 준비했습니다. 여름에 보기 좋은, 극장에서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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