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만 사랑하고 서울에서만 뛰었던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 입단을 눈앞에 둔 믿기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기성용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적과 관련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얼마 전 (김기동)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다. 이제 은퇴해야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며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고 하셨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런데 가족들, 그리고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 속에 며칠 냉정히 스스로를 들여다봤다.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고,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라뜨리는 것이 선수로서 참 힘들었다"며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5' 8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2개월 동안 회복에 전념한 뒤 복귀한 기성용은 김기동 감독 구상에서 빠진 상태였다.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을 느낀 기성용은 박태하 감독의 손을 잡았다.
선수나 서울 팬들이나 믿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성용은 2006년 서울에 입단한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눈부신 활약을 타고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다.
10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곳도 ‘친정’ 서울이었다. 복귀 후에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서울에 헌신했지만, 결국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됐다.
기성용에 이어 서울도 현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은 "이번 결정은 올 시즌 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 선수가 남은 선수 인생에서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며 이뤄지게 됐다"며 "구단은 기성용 선수가 선수로서 후회 없이 뛰고 내려놓을 때 구단 레전드로서의 은퇴식을 함께 하기로 선수와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은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에서 포항과 격돌한다. 김기동 더비에서 기성용 더비로 확대됐다. 메디컬테스트(7월3일) 등 입단 절차가 남아 기성용이 뛸 수는 없지만 축구팬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뜨거운 응원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팬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팀의 레전드가 허무하게 떠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던 서울 공식 서포터즈 수호신과 팬들은 25일 클럽하우스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기성용 이적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모기업 GS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도 했다.
26일 서울 공식 서포터즈 수호신은 "구단과 감독은 수호신이 보낸 성명서에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 이에 현 시간부터 구단과 감독, 그리고 수호신 팬들을 위한 간담회 자리가 개최되기 전까지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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