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유죄 판결 특검 사례 단 4건에 불과
일부 사건 종결 후 특검 무용론 주장 돌기도
故 이건희 삼성 회장, 특검 여파 경영 퇴진
최근 이예람 중사 사건도 대법원 무죄 확정
'내란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채상병 특검' 등 이른바 '3특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 3개의 특검이 동시에 운영되는 건 지난 1999년 특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에 특검이 처음 도입된 건 1999년 조폐공사 노조 파업유도 사건이 발단이었다.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가 조폐공사 노조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국회가 독립적인 지위의 특별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검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이후 26년 간 총 15차례의 특검이 출범했는데, 4건의 특검을 제외한 11건은 피의자가 무혐의, 무죄 혹은 집행유예로 사건이 종결됐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옷 로비 의혹 특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1999년 제정된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 유도 및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강원일·최병모 특검이 임명됐다. 인천지검장을 지냈던 강원일 특검이 파업 유도 사건을, 제5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역임한 최병모 특검이 옷 로비 사건을 맡았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은 파업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었던 진형구 전 검사장이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발령된 뒤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1998년에 있었던 조폐공사의 파업을 검찰에서 유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불거졌다.
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만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2005년 형이 확정됐다.
'옷 로비 의혹' 사건은 당시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의 옷값을 대신 내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다만 특검팀은 해당 사건의 성격을 실패한 로비가 아니라 포기한 로비로 규정했다. 결론적으로 당시 청문회에서의 위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무죄가 돼 특별한 실체가 없는 사건이 됐다는 평가다.
이용호 게이트
지난 2001년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은 계열사 전환사채 680억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사업 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25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지낸 차정일 특검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과 검찰 간부, 국정원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실제로 대통령과 검찰총장 지인 등의 권력형 비리가 드러났다. 특검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씨의 비리 정황까지 포착했는데, 이는 이 전 회장관는 관련 없는 개인비리로 밝혀졌다.
다만 이 전 회장에 대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 혐의는 서울고법과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철도공사 러시아 유전 개발 특검
지난 2005년 발생한 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의혹 사건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장 등을 지낸 정대훈 특검이 수사를 지휘했다. 특검팀은 철도공사의 무리한 유전개발 참여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이광재 전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러시아 유전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다양한 의혹들에 대해 별다른 혐의점이나 사법처리 대상자를 찾지 못한 채 '사실무근'이나 '진위여부를 판단할 객관적 자료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쳤다.
당시 특검팀은 "이광재 의원이 유전개발 사업에 일정부분 관여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은 인정되지만 해외로 도피한 석유전문가 허문석씨를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지난 2008년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시작된 삼성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조진웅 특검이 출범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기고 있으며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 등 권력기관에 로비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등 불법상속 의혹 사건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을 조성 의혹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등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특검은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 등을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2009년8월14일 파기환송심에서 해당 형량을 확정 지었다.
이후 이 회장은 같은 해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이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준비를 사면 이유로 설명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이 회장은 2008년 4월 명목상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고 삼성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BBK 주가조작 사건 특검
지난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투자자문회사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정호영 특검이 출범했다. BBK는 1999년 4월부터 2001년 4월에 걸쳐 ▲유령회사 설립 ▲거짓으로 투자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회삿돈 횡령 ▲금융감독위원회 등록취소 등 연쇄 금융사기를 벌인 회사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 이 대통령은 BBK 경영진과 금전적 접점이 많았다는 점에서 동업자 혹은 실소유자라는 의심을 샀다. 의혹은 당시 경선 경쟁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처음 주장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경준 전 BBK 회장이 이 대통령이 실소유자라고 증언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검찰과 특검은 모두 이 대통령이 무혐의라고 발표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은 2017년 하반기에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사람들의 관심에 오르기도 했다.
스폰서 검사 특검
지난 2010년 경남지역에서 활동한 건설업자 정모(당시 51세)씨가 MBC 'PD수첩'을 통해 제기한 검찰의 억대 룸살롱 향응 등 의혹 전반을 수사하기 위해 민경식 특검이 출범했다.
당시 정씨는 부산지방검찰청에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총경승진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이를 눈감아 달라고 주임검사와 부산지검장에게 청탁했는데,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PD수첩에 검사들과 알고 지낸 사실을 제보하며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다.
민 특검은 정모씨의 접대 리스트에 오른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 검사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 등 전·현직 검사 160명을 조사한 진상조사단 기록 등을 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2010년 9월28일 민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박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한 감찰부장 등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대검은 2011년 11월10일 한 감찰부장에 대해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피고인들이 모두 무죄를 받으며 당시 특검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2011년 재보궐선거 '선관위·박원순 서울시장 사이버테러' 특검
재보궐선거일인 2011년 10월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 접속을 막기 위해 벌어진 사이버 테러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022년 박태석 특검이 출범했다. 사이버테러 사건은 2011년 10월26일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 공격이 9시부터 12시까지 행해지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된 일이다. 박원순 당시 서울특별시장 후보의 홈페이지도 공격을 받았다.
사건 초기 경찰이 발표한 수사 내용에서 북한이 DDoS 공격을 하면서 사용했던 IP와 동일한 IP를 찾아냈다며 북한의 공작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내세웠지만 이 DDoS 공격의 유력한 용의자로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모씨와 IT업체 대표 강모씨 일당이 지목됐다.
특검팀은 ▲디도스 공격 관련 제3자 개입 ▲대통령실 등의 은폐 조작 ▲디도스 공격 관련 선관위 공모 의혹 등을 수사 목표로 설정했으나 기존 검찰 수사 결과를 재확인 하는 수준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대법원은 2013년3월28일 상고심에서 공씨와 강씨 등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했고 최 의원은 공천을 받는데 실패하며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나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
지난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주할 목적으로 사들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사저용 부지 462.84㎡, 경호시설용 부지 2142.29㎡) 매입 과정에 관련해 함께 구입한 경호처와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8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의혹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본인의 명의가 아닌 이씨의 명의로 사저 부지를 매입했다는 것을 두고 부동산실명제법에 위반된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은 당해 말부터 그 다음해 6월까지 수사를 벌였으나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야권 주도로 '내곡동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한 차례 연기 끝에 특검법을 수용했고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추천한 특별검사 2명 중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했다.
30일 동안 이어진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은 이씨가 부담해야 할 부지 매입비용의 일부를 경호처가 떠안도록 해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행정관을 기소하고 필지(하나의 지번이 부여된 토지별 가격)를 산정해 보고서를 작성하고도 특검에 허위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심형보 당시 경호처 시설관리부장도 기소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지난 2013년 9월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이씨 등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진상규명 특검
지난 2021년 공군 부사관이었던 고 이예람 중사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여러 차례 신고를 했으나 묵살되고 2차 가해까지 당한 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및 공군 측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중사 측 유족 등은 국방부 등 군 측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특검을 요청했고 지난 2022년 4월 국회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상 최초 군을 대상으로 하는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특검'은 안미영 변호사가 특별검사에 임명된 가운데 ▲공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유발 등 불법행위 ▲국방부·공군본부 내 은폐·무마·회유 행위 등을 대상으로 100일 간 수사를 이어갔다.
특검은 사건 수사 당시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등 총 8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전 전 실장에게 '면담강요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올해 4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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