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진풍경 반갑지만
2030세대에 쏠린 관객층엔 우려도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2년 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다 관객수를 경신한데 이어, 올해도 15만명의 관객이 도서전을 찾은 것이다.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호소는 이어지지만, 책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출판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이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개막 전부터 뜨거웠다. 1차 사전예매인 얼리버드 단계에서 준비된 15만장의 표가 모두 팔리며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실감케한 것. 일각에서는 “현장예매분도 남겨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리며 서울국제도서전의 미숙한 진행에 비판을 보냈지만, 도서전을 향한 호응도가 높다는 것은 입증이 된 셈이다.
배우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 무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 등 유명인들이 도서전에 참여하며 화제성도 잡았다. 무제는 소규모 출판사로, 부스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무제가 SNS를 통해 “대기 100명 이상으로 구매 대기가 어렵다”는 안내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담은 영상, 후기 등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는 등 평산책방의 참여도 서울국제도서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양한’ 행사로 관객들의 만족도를 더한 것도 이번 도서전의 긍정적인 성과였다. 김애란, 김초엽, 천선란, 손원평 등 유명 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매진’을 유발하는가 하면, 전 바둑기사 이세돌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의 폭을 넓혔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은 어른 김장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서울 중심 사고를 지적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K-콘텐츠 전반에 대한 관심 속, 해외 출판인들과의 소통도 활발했다는 의견이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6개 나라 100여개 해외 출판사가 참여했으며,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진흥원이 ‘K-북 저작권마켓’을 통해 해외 30개국 출판사와 에이전시 등 100개사의 도서전 참관을 지원했다. 출판사 이야기꽃 김종성 대표는 경기도 공동관 부스를 통해 연일 미팅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K-콘텐츠를 향한 관심과 맞물려 상담이 더욱 활발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새 시장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예매 단계에서 표가 매진되며 중 장년층 관객 또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축소된 것에 대한 아쉬운 시선이 이어졌다. 도서전 시작도 전부터 흥행 분위기가 조성되고, ‘오픈런’을 하는 반가운 풍경이 연출됐음에도, 그 수혜를 입은 이들은 ‘일부’에 그친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도서전에서는 관객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22일 열린 ‘어른 김장하의 씨앗’ 북토크 연사로 나선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남자 화장실은 텅텅 비어 있어서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으며, 같은 날 연사로 나선 책 ‘줬으면 그만이지’의 김주완 작가는 120명 정원 강연에서 “지금 (강연장) 안에 남자가 19명”이라고 남성 관객 부족 현상을 지적했다. 다수의 관계자 및 참석자들은 “2030 여성이 압도적이었다”고 체감했으며, 남성 관객은 물론 중·장년층과 어린이 관객 또한 보기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선예매로 이뤄진 도서전 참여 방식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추측이 이어졌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도서전에 많은 관심이 이어지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젊은층은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즐기는데 그 변화한 소비 방식이 도서전에도 반영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만 이 현상이 쏠림 현상을 부각하기도 한다. 그림책 출판사 이야기꽃 김종성 대표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림책이 어린이 독자들을 겨냥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출판사는 오히려 예년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독서 활동을 하는 분들이나 다양한 분들이 현장을 찾아 표를 구매해 들어왔었다. 그러면서 책을 구입해가곤 하셨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들이 적었다. 아무래도 2030 세대는 쓰고자 하는 부분에만 확실하게 소비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도서전은 책을 파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독자들을 만나고 또 우리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선 어떤 독자라도 붙잡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관객들에게 그림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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