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대두…국제 유가 10%↑
공사비 증가 압박·지정학적 리스크…중동 발주 감소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해외수주 실적 축소 우려가 커졌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폭격으로 이란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공사비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미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의 주요 핵 시설 3곳을 폭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에 개입하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된 데 따른 조치다.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과 유가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시멘트나 철강 등 원자재 생산 비용이 올라 공사비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고 나서도 공사비가 급등해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바 있어 업계의 우려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00을 기준으로 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9월 130.39를 기록하며 약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비 상승 폭이 완만하게 관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4월 기준으로도 131.06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중동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다시 공사비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제유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3.84 달러, 브랜트유는 77.01 달러로 종가를 기록하며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10% 이상 상승했다.
월간 투자은행 JP모건은 중동 정세가 악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30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중동 내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국제유가 상승과 자재 수급 차질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건설원가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일감을 따내는 곳으로 해외수주 텃밭으로 불리고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해외건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수주 실적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업계 해외수주 실적 전반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해외수주 실적은 116억2000만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136억4000만 달러에 비해 14.8% 감소했다.
특히 전체 수주에서 48.5%의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누적 수주 실적은 56억4174만 달러로 지난해 99억8079만 대비 43.47% 축소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유가 요동을 치면 발주가 줄었던 사례들이 있었다”며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공사가 발주되거나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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