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수주 기조 뚜렷…핵심 입지선 출혈경쟁도 불사
여의도·성수 등 하반기 대형 사업 수주경쟁 치열 전망
주거환경 개선 중요 이슈 동일…지방은 관심 ‘시들’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전략 강화에도 서울 도심 내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수주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분위기는 달라진다. 유찰을 거듭하며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대부분이어서 수의계약이라도 진행하면 다행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집 값 만큼이나 정비사업에서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2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포스코이앤씨와의 치열한 수주전 끝에 시공사로 최종 선정되며 승리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은 연초 한남4구역 재개발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경쟁 입찰이 성립된 곳이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은 서울 도심 내에서도 핵심 입지와 알짜 사업이 아니면 무리하게 수주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며 랜드마크성 사업장에 자사 역량을 결집하면서 사업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으면 노른자위 입지를 갖추고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나마 서울은 나은 편으로 하반기에는 수주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한강변 일대 굵직한 정비사업 대어가 줄줄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수익성이 양호한 데다 회사 브랜드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건설사 간 혈투가 예상된다.
강남권에선 개포 우성7차 재건축을 놓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2파전이 예고됐다. 여의도 대교 재건축도 조만간 본격적인 시공사 찾기에 돌입한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2지구도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이 예상되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반면 지방으로 갈수록 시공사 찾기는 어려워진다. 거의 시공사 모시기 수준이다. 이달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부산 동래구 사직3구역 재개발은 GS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현장설명회에 5개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한 곳은 GS건설 한 곳 뿐이다.
이보다 앞서 시공사 선정 절차에 나선 부산 명장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올 2월에 걸쳐 세 차례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대전 중구 호동구역 재개발은 한 차례 유찰된 뒤 재입찰 공고를 냈으나 현장설명회마저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았다.
수익성이 악화하고 미분양 해소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대형건설사는 관심을 두지 않고 중소·중견건설사들도 신규 수주에 적극적이지 않아서다.
지방에서도 노후주택 정비는 시급한 상황이지만 수요가 꺾여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잃은 만큼 지방 재개발·재건축 사업 여건은 한동안 개선되기 힘들어 보이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지방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 당분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나름 지방에서 입지가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곳들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곳들이 허다하다”며 “서울의 부동산 규제가 심각했을 때는 지방으로 일감을 찾으러 대형건설사들이 내려가곤 했지만 지방은 워낙 사업성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지금은 사업장이 없는 게 다행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미분양 해소도 더딘 터라 지역에 연고를 두고 오래 사업을 추진하던 중소·중견사들도 섣불리 신규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다”며 “주거환경 개선은 서울, 지방 구분 없이 중요한데 지방이란 이유로 애먼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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