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피프티 피프티, 라이즈, 제로베이스원 등 지난해까지 가요 시장은 이지리스닝을 부른 가수들이 대세였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부드럽고 청량한 분위기의 곡으로 활동했고, 이에 따라 기존에 강한 콘셉트를 고수하던 그룹까지 이지리스닝 스타일을 시도했다. 멜론에 따르면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2024년 연간차트 1위를 차지했고, 라이즈의 '러브 119'는 2월 월간차트 5위, 3월 월간차트 10위를 기록했다. 비비의 '밤양갱'은 각각 3월 월간차트 1위, 4월 월간차트 4위, 5월 월간차트 11위를 차지했고 뉴진스의 '하우 스위트'와 '버블 검', '슈퍼노바' 또한 6월과 7월 월간차트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입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이지리스닝 스타일 곡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점점 댄스곡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현재 멜론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곡 중 제니의 '라이크 제니'(6위), 에스파의 '위플래시'(8위), 지드래곤의 '홈 스위트 홈'(9위)과 '투 배드'(10위)가 묵직한 비트를 기반으로 한 댄스곡이다.
연차가 낮거나 비교적 신인인 그룹들 역시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캣츠아이의 '날리', 미야오의 '핸즈 업', 보이넥스트도어의 '아이 필 굿', 넥스지의 '오 리얼리?', 올데이 프로젝트의 '페이머스' 등 강렬한 사운드와 카리스마 넘치는 콘셉트를 내세운 그룹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존재감을 남겼다. 특히 '날리'의 경우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으며, '아이 필 굿'은 음방 4관왕을 휩쓸었고, '페이머스'는 뮤직비디오 공개 16시간 만에 유튜브 국내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와 인기 급상승 음악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 변화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발매되는 에스파의 신곡 '더티 워크'는 '슈퍼노바'와 '아마겟돈', '위플래시'를 잇는 '쇠맛' 콘셉트를 이어간다. 7월에는 힙합 음악을 정체성으로 내세운 YG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가 미니 2집 발매를 앞두고 있고, 9월에는 YG 보이그룹 트레저가 컴백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박송아 대중음악 평론가는 "숏폼 중심의 미디어 소비가 주류가 되며 음악 트렌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3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데, 빠른 비트나 강한 훅이 그런 측면에서는 확실히 유리하다. 또 에너제틱한 군무와 킬링파트 구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도 편하게 듣는 음악보다 빠른 템포의 곡을 선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덤문화와도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다"며 "집단적인 몰입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와 속도감 있는 음악이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른 템포를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는 언어의 장벽 없이도 직관적인 전달이 쉽다. 이외에도 신인 그룹일수록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새롭다는 인상을 주기 쉬우니 빠르고 강한 비트를 내세우는 선택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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