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선업계, 특허 분쟁 이후 '다층 전선 경쟁' 본격화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6.21 06:00  수정 2025.06.21 06:00

큰 법적 공방 끝내고 기술 경쟁 전략으로 전환중

에너지 고속도로·글로벌 수주 맞물려 '호황 전류'

LS전선이 미국 해상풍력단지에서 해저케이블을 시공하고 있다.ⓒLS전선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주도하는 국내 전선업계가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던 특허 분쟁 이후, 양사는 정면 충돌보다는 기술력, 수주 전략, 특허 방어, 지분 경쟁 등 복합적 방식으로 전선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인프라 수요 급증 및 국내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선업계의 경쟁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산업 의제로 부상 중이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견고한 가운데, 국내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리며 전선 수요 호조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 1,2위 사업자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법적 공방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 수사가 남아있긴 하나, LS전선이 지난 2019년 대한전선을 상대로 버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관련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LS전선이 최종 승소하며 큰 분쟁에 마침표가 찍힌 상태다.


이에 분쟁 후 양사 모두 법적 충돌보다는 기술 중심 경쟁 전략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한전선은 소송 종결 이후 기술력 확보 및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장에 집중하며 국내 1위 LS전선의 전통적 우위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실제로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2년 4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LS전선은 2023년 3조8000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같은 시기인 2012년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던 대한전선은 2023년 2조6000억원으로 그 규모를 늘리며 갭을 좁혔다.


국내 시장의 전력 설비 구축이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글로벌 시장의 전력망 및 인프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선업계가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배구조 면에서도 경쟁 양상이 뚜렷하다. 대한전선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함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증자 및 지분 재조정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LS전선은 LS그룹 내 맏형 역할을 하며 계열사 재정비 및 유럽·북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은 원자력 업계에는 부담이지만, 전선업계에는 분명한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생산 및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선 다층적 경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년간 국내 전선 산업의 방향성은 두 선도 기업의 행보에 달려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력망 현대화 흐름에 따라, 전선산업이 과거의 제조 기반 산업을 넘어 기술·에너지 인프라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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