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19일 국회서 ‘민주주의미래포럼’ 개최
권력구조·선거제 개편 통한 민주주의 회복 방안 논의
한국 사회가 정치적 양극화와 권력 집중이라는 구조적 병폐에 직면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9일 최종현학술원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민주주의미래포럼’을 공동 주최했다. ‘민주주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 참석한 정치권과 학계 인사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의 중심 의제는 ‘정치 양극화’였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2010년대 이후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격변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을 극단적으로 고착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에 유권자들이 상대 진영에 대한 깊은 불신과 감정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중도층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양당 중심의 선거 구조가 유권자들을 극단적인 진영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정당들은 팬덤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승자독식과 선거제 개편, 다당제 활성화, 정치적 타협 구조 마련 등 실질적 제도 개혁을 통해 탈양극화 전략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의 종언’ 저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편향성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플랫폼 자율에 맡기고 있고, 유럽은 국가가 콘텐츠를 규제하지만 이 또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양쪽 모델 모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미들웨어’(middleware) 개념을 제시하고 “콘텐츠 조정 기능을 거대 플랫폼이 아닌,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제3의 중립적 중개기관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요테루 츠츠이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포퓰리즘 정치인이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강력한 도구”라며 ““한국도 소셜미디어의 공공적 성격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와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정치 교육과 시민 교육 역시 장기적 민주주의 회복력의 핵심 요소임에도 현행 교육 체계에서는 정파적 균열과 이념적 갈등으로 인해 통일된 커리큘럼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제도개혁뿐만 아니라, 선거와 선거 사이에 이뤄지는 정책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현실적 대안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그는 “현 대통령제는 적대적 양당제 구조 하에서 대통령 독주와 국정 마비라는 딜레마를 낳고 있다”면서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결선투표제 등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극심한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무한경쟁의 질서는 시민적 참여와 관용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개회사에서 “민주주의는 타협과 견제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민주주의 제도와 역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은 계엄 시도를 저지하고, 시민사회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이뤄내며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이뤘다”며 “한국이 세계 민주주의 연대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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