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마블 AI&TECH랩 설창환 랩장
생성 AI 시대 맞춰 올초 'AI&TECH랩' 신설
'실용성 DNA' 강해...기술-실무 간극 최소화
"회사 생존과 경쟁우위 선점에 있어 AI 필수적"
"게임 제작 과정에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접목되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AI를 사용하지 않았던 일에도 AI를 적용하는 세상입니다. 넷마블도 'AI 퍼스트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고민에 한창입니다. 올해를 원년으로 본격적인 AI 실험을 시도할 것입니다."
설창환 넷마블 AI&TECH랩 랩장은 최근 구로구 지타워 사옥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넷마블을 'AI를 잘 쓰는 회사'로 진화시키자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설 랩장은 10년 넘게 넷마블의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는 '기술통'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와 동 대학원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2000년 게임 회사 이매직에 합류하며 게임 경력을 시작했다. 2008년 NHN 게임플랫폼개발실을 거쳐 2011년 넷마블에 합류해 기술지원실, 서비스개발실, 기술전략담당을 역임했다. 2015년 AI 조직인 콜럼버스실 초대 수장을 맡았고, 올해 초부터는 AI&TECH랩을 이끌고 있다.
넷마블에서 그의 연혁은 넷마블 AI 기술 발전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넷마블은 게임업계에서 상당히 이른 편인 2014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했는데, 설 랩장은 이때부터 조직에 합류해 미래 먹거리 모색에 나섰다. 넷마블이 AI 퍼스트 무버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데는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겸 의장의 '선구안'이 있었다. 방 의장은 게임 개발의 숙원인 게임의 '개인화'와 '밸런스' 두 가지를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설 랩장은 "당시 방준혁 의장님께서 '콜럼버스'라는 프로젝트를 주시면서 AI 연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게임의 개인화와 게임의 밸런스 두 가지가 콜럼버스 프로젝트의 숙제였고, 이를 위한 작업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콜럼버스실, 마젤란실 등으로 조직이 확장돼 AI 센터가 출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 가까이 AI센터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이어오던 넷마블은 올초 AI&TECH랩을 신설했다. AI 센터 내 연구조직이 있긴 했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 도래한 만큼, 이를 위한 별도 조직의 필요성이 강해졌다. 현재 생성형 AI 리서처와 AI 엔지니어, 서비스 개발 인력 등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자체 AI 모델 연구부터 AI 서비스 개발까지 종합적으로 맡아 진행하고 있다.
설 랩장은 "AI 기술도 성숙하고 안정화됐다고 판단하면 다른 이름으로 졸업이나 독립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콜롬버스실이나 마젤란실에서 담당하는 기능들은 이미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일부가 돼 버린 경우가 많았다"면서 "성숙한 기술들은 연구 조직보다 사업 조직으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연구적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는 것들이 남게 됐다. AI&TECH랩과 별개로 콜럼버스실과 빅데이터실은 운영을 지속하며 기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연구개발-사업조직은 동반자…콘텐츠 밸런스에 AI 적극 활용
넷마블은 '실용성'이라는 DNA가 강하게 새겨진 회사인 만큼, 연구개발 조직도 사업 부서와 함께 발 맞춰 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실무에서 수요가 높거나, 잘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AI 모델과 실무 간의 간극을 최소화한다.
설 랩장은 "게임 제작 과정에 A라는 문제가 있는데, 이걸 같이 풀어보자는 데에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게임 프로젝트실에서 2년 뒤에 어떤 게임을 출시할 건데, 이런 기능 만들어줄 수 있냐고 부탁하면 그걸 같이 만들어 나가는 식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며 "내부적으로 보유한 솔루션이나 서비스는 그렇게 해서 하나 둘씩 생겨난 것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생산성이나 다양성을 높이는 측면에 집중해서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넷마블은 인게임 콘텐츠 밸런스 측정에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임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나 이용자 간 공정성 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게임 내 밸런스가 붕괴돼 특정 캐릭터나 아이템이 지나치게 강해지거나 약해질 때 게임의 흥망이 거론되기도 한다.
설 랩장은 "넷마블에서 많이 서비스하고 있는 수집형 게임의 경우 캐릭터 스탯이나 메타 등이 상당히 중요한데, 자칫 잘못 설정되면 캐릭터 출시 후 게임 밸런스가 크게 깨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예컨대 이용자들이 이 캐릭터로 어떻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 출시된다면 전체 캐릭터 중 성능 측면에서 몇 위 정도 할 것 같은지 등 캐릭터 밸런스 검증에 AI를 활용하고 있고, 이것이 사업적으로 굉장히 큰 임팩트가 있었다. PLC(제품수명주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넷마블에서 글로벌 서비스로 작정하고 출시되는 게임은 약 13개 언어를 지원한다"며 "그걸 전부 번역하고 현지화해서 QA(품질보증)하고, 이후에 상호녹음하고 더빙하면 걸리는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이 과정을 줄이는 게 사업적으로 중요한 포인트인데, 여기에 보이지 않게 AI가 많이 활약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게임 제작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AI가 콘텐츠 자체를 제작하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용자가 AI 콘텐츠라고 인지하는 순간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질 수 있고, AI 콘텐츠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이용자들도 있다는 시각이다.
설 랩장은 "게임마다 추구하는 본질적인 재미가 다른데, 콘텐츠를 AI가 만들었다고 이용자가 인식하는 순간 게임이 주는 재미 자체보다 다른 쪽으로 집중력이 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실시간으로 게임에서 AI가 이용자와 대화하도록 하는 대화형 생성 모델의 경우에도 가드레일을 상당히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할 지 모르는 AI를 게임에 풀어놓는다는 게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0년간 쌓은 유저 데이터, 엄청난 메리트…'AI 잘 쓰는 회사'로 도약
설 랩장은 다른 게임사 AI 조직과 비교했을 때 넷마블 AI&TECH랩의 차별점으로 '데이터'를 꼽았다. 업계에서 약 20년간 생존하며 다(多)작으로 쌓은 압도적인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넷마블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물량 공세'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쳐 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신작 3종을 론칭했으며, 연내 9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AI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되게 귀한 인재인데, 이들을 넷마블로 모실 때 가장 자신있게 어필할 수 있는 건 넷마블이 압도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회사 역사가 20년이 넘고,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한 지도 오래됐다. 결국 AI 개발도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업무라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량이 많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기술 요직을 맡고 있는 설 랩장은 AI 기술에 대한 내외부 기대감으로 부담도 있지만, 넷마블이 'AI에 친숙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설 랩장은 "AI 시대는 변화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한치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변화의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고, AI는 회사가 생존하고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AI를 되게 잘 쓰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다. 결국 향후에는 사람하고 AI가 섞여서 일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 우리는 그때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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