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교과서, 미래 교육의 빛과 그림자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입력 2025.06.14 10:08  수정 2025.06.14 10:08

최형일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

2025년,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 디지털 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올해는 영어와 수학, 정보, 특수교육 국어 등 일부 과목에 한해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된다. 이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며, 2028년까지 도덕과 예체능 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변화는 학생,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계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교과서는 1880년대 근대식 교과서 도입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 통제와 해방 후 국가 주도 제작, 1990년대 이후의 검인정 체제, 그리고 최근 AI와 멀티미디어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교과서로의 전환까지 시대 변화와 사회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이번 2025년 1학기에는 2024년 검정 심사를 통과한 76종의 AI 디지털 교과서가 12개 출판사에서 제작되어, 학교별 선정 절차를 거쳐 전국적으로 약 3870개 학교(전체의 32.4%)가 채택했다. 학년별로는 초등학교 3학년 수학 1813곳(28.6%), 영어 1843곳(29.1%), 초등학교 4학년 수학 1854곳(29.2%), 영어 1879곳(29.6%)이 도입했고, 중학교 1학년은 수학 857곳(26.1%), 영어 885곳(26.9%), 고등학교 1학년은 수학 567곳(23.8%), 영어 581곳(24.4%)이 채택했다. 초등학교의 채택율이 중고교보다 높았고, 지역별로도 대구(98.1%)와 제주(54.0%)처럼 매우 높은 곳이 있는 반면 세종(9.5%) 등 낮은 곳도 있다.


디지털 교과서의 가장 큰 강점은 접근성과 개인화다. 학생들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있으며, AI 기반 분석을 통해 자신의 수준과 속도에 맞는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공받는다. 동영상,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 등 멀티미디어 자료 활용으로 학습의 흥미와 이해도도 높아진다. 종이 교과서 보다 업데이트가 쉬워 최신 정보와 변화하는 교육 내용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핀란드와 싱가포르 등은 이미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별 맞춤 학습과 교사-학생 간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학습 분석으로 학생의 성취도와 학습 경향을 교사가 세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초등학생 일수록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실감형 콘텐츠와 게임 요소가 가미된 학습에 큰 흥미를 보인다. "수업이 재미있어졌어요", "동영상으로 보니 이해가 잘 돼요"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집에 와이파이가 없어서 숙제를 못한다", "기기가 고장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교사들은 맞춤형 수업과 데이터 기반 피드백에 기대를 가지면서도, 기술 활용 부담과 수업 집중력 저하, 역할 변화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표시한다.


특히,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은 교사의 역할 변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기존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Teaching) 중심에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돕고 개별 성장에 맞춘 지원과 조언을 제공하는 코칭(Coaching) 중심으로 교사의 역할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I와 디지털 콘텐츠가 기본 지식 전달을 담당한다면, 교사는 학생의 학습 동기 부여, 정서적 지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함양, 사회적 상호 작용 촉진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코칭과 멘토링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와 지원, 수업 환경의 변화, 교사-학생 간 신뢰와 소통 강화가 필수적이다.


학계에서는 디지털 교과서의 혁신성과 잠재력에 주목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학습, 데이터 기반 피드백 등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종이 책 학습을 선호하는 학생의 권리 보장,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적 효과의 객관적 검증 등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와 제도 개선,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맞춤형 학습과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는 "스마트기기 사용이 늘어나 집중력과 사고력이 저하될까 걱정된다", "기기 마련과 관리, 개인정보 보호가 불안하다", "아직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한다. 실제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 청원에 수만 명이 참여하고, 각종 토론회와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충분한 공론화와 시범 운영, 객관적 효과 검증을 요구한다.


디지털 교과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격차'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환경에서 기기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 농어촌, 다문화 가정 등 에서는 기기 보급이나 인터넷 환경이 열악해 학습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기기 무상 대여, 인터넷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장시간의 스크린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눈의 피로, 집중력 저하, 자세 불균형 등 신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전자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 폭력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AI 중심 학습이 교사-학생, 학생-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약화시키고, 인간 교사가 제공하는 정서적 지지와 창의적 사고 촉진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보안과 저작권 문제, 초기 기기 구매와 인프라 구축 비용 역시 현실적인 부담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2028년까지 도덕, 예체능을 제외한 전 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초등 1~2학년은 발단 단계와 교과 특성을 고려해 제외된다. 단계적 도입은 현장 적응과 문제점 보완의 시간을 제공하지만, 향후 전면 확대 시 더 큰 준비와 지원이 필요하다. 핀란드, 싱가포르, 일본 등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앞서 충분한 인프라 구축과 교사 연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핀란드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수준의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고, 교사에게는 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의무화했다. 싱가포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별 학습 경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술 도입과 함께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디지털 교과서는 미래 교육의 핵심 도구다. 접근성과 개인화, 다양한 자료 제공, 최신성 등에서 종이 교과서가 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술 격차, 건강 문제, 사회적 상호작용 부족, 보안과 비용 문제 등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학계 모두에게 긍정과 우려가 공존하는 지금, 우리는 기술과 인간, 혁신과 전통의 조화로운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의 균형적 지원, 교사 대상의 체계적 연수, AI와 인간 교사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 학생 건강과 사회성 발달을 고려한 학습 환경 조성,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강화,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교과성가 진정한 교육 혁신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다.


<약력>

최형일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숭실대 IT대학 학장

(전) 숭실대 정보과학 대학원 원장

(전)컴퓨터사용자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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