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 언급
"관세 없었으면 미국에 10센트도 투자 안했을 것"
美 자동차 가격 줄인상 불가피… 각국 협상 서두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상향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자동차 업계의 공기가 또 다시 무겁게 내려앉았다. 25%의 자동차 관세 시행 이후 투자를 발표하는 기업이 기대보다 저조하자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철강에 대한 관세를 두 달만에 2배 올린 전례가 있어 현실화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미 일본, 독일 등 국가에서 다양한 관세 협상안을 발표한 만큼, 한국 정부 역시 협상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높아졌다. 다만, 우리 업체의 경우 일본 대비 미국 내 생산 규모가 작고, 독일처럼 미국의 수출에 도움을 주는 실정 역시 아닌 만큼 매력적인 협상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나는 우리 자동차 노동자들을 더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고 언급한 뒤 "나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은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5% 관세 시행 이후 기대했던 것 보다 투자 기업이 저조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미국은 지난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이 바탕에는 자동차 관세 부과 이후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그룹, GM(제너럴 모터스)의 사례가 명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먼저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으며,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GM이 40억 달러(5조4000여억원)의 신규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관세가) 더 높을수록 그들(외국 자동차 메이커 등)이 이곳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M, 현대차그룹의 투자 사례를 인용하며 "관세가 없었다면 미국산 철강 제조를 포함해 10센트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으름장에 그치지 않고 관세율 상향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50%로 올린 바 있다.
현실화 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고 있지만, 가격 인상 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미국에 쌓아뒀던 재고도 대부분 바닥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관세 정책이 얼마나 갈 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언제 올릴 지를 두고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면, 관세율이 더 높아질 경우 오히려 모든 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의 당위성 심어주는 것이 된다"며 "결국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다면 피해는 미국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협상'을 재촉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협상안 마련에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경우 일본 대비 미국 내 생산량 규모가 현저히 작고, 독일 업체들처럼 미국의 수출량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협상안을 내기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은 '미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감안해 관세를 조정해달라'는 내용의 협상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바 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미국산 자동차를 일본 내에서 도요타 판매망을 활용해 팔겠다'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70만대를 생산 중인데, 올해 안에 120만대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350만대를 생산하는 일본업체와는 비교도 하기 어렵다"며 "독일의 경우엔 미국에서 만든 물량을 유럽으로 역수출하는 물량이 꽤 잡혀있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업체가 협상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한국 정부의 경우 자동차 뿐 아니라 배터리, 반도체, 철강 등 다양한 품목을 모두 살펴서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동차 관세가 더 오르면 한국 경제 타격도 더 커지게 된다. 속도감 있게 협상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수록 미국 경제와 현지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 역시 커지는 만큼,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가 2년 후 중간 선거를 대비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관세 정책이 빠른 시간 내에 미국 투자를 이끌어내고, 고용 창출 등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단기책이라는 것이다. 세계은행(WB)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초 전망치보다 0.9%p 떨어진 1.4%, 2026년 전망치는 이전보다 0.4%p 낮은 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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