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외친 상호금융…기업대출 16조 늘 때 가계대출은 감소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6.13 07:36  수정 2025.06.13 07:36

기업대출 375조5648억원…전년 比 16조2326억원↑

가계대출 269조6406억원…전년 比 3808억원 감소

상호금융업권의 기업대출이 한 해 동안에만 16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가계대출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신협중앙회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으로 알려진 상호금융업권의 기업대출이 한 해 동안에만 16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가계대출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이 본래 맡아야 할 '풀뿌리 금융'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잔액은 375조5648억원으로, 전년 동기(359조3322억원) 대비 16조2326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69조6406억원으로, 전년 동기(270조214억원)보다 3808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 263조4801억원까지 줄어든 뒤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전년 대비 감소한 수준이다.


농협·수협·산림조합, 기업대출 늘고 가계대출 줄어
새마을금고는 가계대출 확대 흐름…9709억원 늘어


업권별로는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모든 기관에서 기업대출이 늘었다. 조사 대상 기간 농협·수협·산림조합은 13조8669억원, 신협은 3조933억원 각각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농협·수협·산림조합에서 4578억원, 신협에서 893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기업대출은 105조9407억원으로, 전년 동기(106조6683억원) 대비 7276억원 감소했고, 가계대출은 60조746억원으로 전년보다 9709억원 늘어났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대부분 기관에서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확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상호금융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대출은 규모가 크고 경기 변동에 민감해, 상호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업권(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전체 연체율은 4.54%로 전년 대비 1.57%포인트(p) 높아졌다. 전국 상호금융 조합·금고 3484곳 중 약 34%(1168곳)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체율 상승 부담이 커졌다.


업계 "기업대출에 소상공인·자영업다 대출도 포함"
"가계대출 취급하고 싶지만…구조상 어려운 상황"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상호금융의 역할과 구조적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금융이 취급하는 기업대출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도 포함돼있다. 법인대출 외에도 서민 대상 대출도 상당수 차지한다"며 "그러나 통계상으로는 기업대출로만 분류돼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역시 서민 금융의 일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금융 입장에서도 가계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싶지만, 구조상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대출 빌릴 수 있는 유인이 극도로 제한됐다"며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인데, 이런 상품은 은행에서 우선 취급한다. 금리 조건이 맞지 않거나 은행에서 거절된 경우 상호금융으로 유입되는 구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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