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소라 감독·쿠리하라 하야토·히다카 유키토 6월 재내한
지난 4월 30일 개봉한 '해피엔드'가 누적 관객 10만 명을 돌파, 올해 개봉한 외화 중 독립영화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이에 네오 소라 감독과 배우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는 지난 내한 당시 약속했던 "10만만 돌파시 재내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6월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번에는 배우 하야시 유타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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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는지진의 위협이 드리운 근미래의 도쿄에서 세상의 균열과 함께 미묘한 우정의 균열을 마주하게 된 두 친구 유타와 코우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드라마다. 유타와 코우는 학교 내 음악 동아리에서 아타, 밍, 톰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교장 차량을 장난스럽게 세운 사건을 계기로 학교는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학생 색출 작업이 시작된다.
학교라는 공간은 곧 전체주의적인 질서의 축소판으로 바귀고 청춘들의 우정과 연대는 조금씩 균열을 겪는다.
억압은 인물마다 다르게 작동하며, 결코 하나의 얼굴만을 갖고 있지 않다. 재일한국인 코우는 4대째 일본에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비국민'으로 분류되며, 외견상 자유롭게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언제든 제지당할 수 있다는 긴장을 안고 살아간다.
반면 '순수 일본인'이자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유타는 코우의 불안과 무관한 위치에 놓여 있다. 뿌리는 대만이지만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밍, 졸업 후 미국인 아버지가 있는 미국으로 향하려는 톰 역시 이질적인 존재로서 집단 내 차별과 단절을 경험한다.
영화는 이처럼 국가의 안보 논리, 김시 체계, 출신 배경에 따른 차별과 배제를 보여주며 청춘의 혼란과 분열을 조명한다. 지금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극 중 설정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을 명분 삼은 감시, 개인의 권리를 압박하는 제도, 극우적 담론의 일상화 등은 한국 사회에서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이다. 이 속에서 후미(이노리 키라라 분)가 시위를 통해 일본 사회에 저항에 목소리를 내며 연대하는 서사는 현재의 한국 관객과의 감정과도 맞닿아 있다.
네오 소라 감독은 '해피엔드'가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2월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뉴스 등 한국의 사회 이슈를 꾸준히 접했다.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거리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그런 사회적 경험과 감수성이 이미 깊이 뿌리내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해피엔드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선에 더 깊이 공감해주실 것 같다. 일본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이런 반응은 아니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해피엔드'는 예술영화 특유의 정서적 여백을 더해, 관객으로 하여금 감상을 넘어 해석과 사유로 참여하게 만든다.AI 시스템 도입 이후 폐쇄된 동아리실, 허락 없이는 만질 수 없는 악기,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청춘의 무력함, 매일 친구를 만날 수 있던 학교라는 장소를 떠나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지점에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게 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모델 출신 배우들의 존재감도 흥행을 견인한 또 다른 요인이다. 유타 역의 쿠리하라 하야토와 코우 역의 히다카 유키토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서툰 태도로 인물의 불완전함을 표현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은 영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반복 관람을 이끄는 주요한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해피엔드’가 감독과 배우진의 재내한을 계기로, 10만 돌파에 이어 작품성과 시대적 공감대를 겸비한 작품으로서 흥행 저변을 어디까지 넓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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