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라니' 근절 나선 서울시…실효성은 '글쎄' [도로 위 무법자 PM ②]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6.06 03:05  수정 2025.06.06 03:05

서울시, 지난달부터 홍대 레드로드·반포 학원가 인근 전동킥보드 통행금지 조치

5개월간 계도 기간 거친 후 PM 통행금지 위반 운전자에 범칙금 3만원, 벌점 15점

전문가 "단속 범위 모호, 디테일 보완 필요…규제 강화보단 인프라 개선해야"

서울시 "계도 기간 거친 뒤 효과 분석 이후 확대나 보완 여부 결정 계획"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설치된 '킥보드 없는 거리' 홍보 현수막.ⓒ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킥라니'(킥보드+고라니) 근절을 위해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를 지정 운영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시민 불안을 키워온 전동킥보드의 무분별한 주행을 제한하고,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조치를 두고 "근본적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 등 2개 도로 구간에서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가 전국 최초로 운영되고 있다. 통행이 금지되는 기기는 도로교통법과 도로교통법에 따른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다.


통행금지 시간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파 밀집 시간대(홍대 레드로드)와 학원 운영 시간대(반포 학원가)를 고려해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정했다. PM 통행금지를 위반한 운전자에게는 일반도로의 경우 범칙금 3만원과 벌점 15점,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범칙금 6만원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다만 PM 통행금지 도로가 전국 최초인 만큼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안내하기 위해 시행 후 5개월간 홍보와 계도 기간을 운영한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동킥보드 대시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79.2%가 타인이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불편 사항으로는 75.0%가 충돌 위험을 꼽았다. 이에 따라 시민 불안 해소와 보행자 안전 확보를 목표로 이번 조치를 도입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다만 시의 이러한 조치에도 데일리안이 홍대 인근 레드로드를 방문한 이날 오후에는 여전히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됐다는 현수막과 통행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레드로드 차 없는 거리'라고 쓰여진 표지판 뒤에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공유형 PM이 주차돼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윤모(22)씨는 "자취방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있어 종종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며 "최근 이 근처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있다. 전동킥보드만 통행할 수 없게 거리 자체를 통제하는 건 납득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PM산업협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은 "스쿨존처럼 시각적으로 명확한 구분이 없다 보니 통행금지 구역이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모든 PM 이용자를 단속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이며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 갖고 있을 뿐이다.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전용도로 마련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동 킥보드 등 PM 운행은 안 되면서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 운행은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다. 또 PM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전기 자전거 등도 있어서 단속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사고 예방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속에 담긴 디테일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계형 이동 수단이라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5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거친 뒤 효과 분석 이후에 확대나 보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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