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는 음악과 안무,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담은 핵심 매체로 작용합니다.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의성 있는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서사 구조, 시각적 미학, 미장센을 분석해 작품의 함축된 메시지를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가수 아이유는 지난달 27일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을 발매했다. 다섯 번째 수록곡 '미인'은 신중현과 엽전들의 원곡을 재해석한 곡으로, 아이유 특유의 새초롬하면서도 건조한 목소리가 듣는 재미를 더한다.
'미인'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6일 만에 270만 회를 넘겼다. '미인'이라는 곡 제목에 맞게 배우 차은우가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리스너들의 반응도 뜨거운데, 미인의 주인공이 차은우인 것을 알게 되니 가사가 더 잘 받아들여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줄거리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의료진은 밝게 빛이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고, 옆방에서 나온 간호사는 유독 어두운 아이를 품에 안고 이동한다.
빛이 나는 아이는 늘 시선의 중심에 선다. 항상 주변에는 동급생이 모여있고, 사물함에는 연서와 선물이 가득차 있다. 반면 어둠의 아이는 늘 어둠 속에서 주목을 받는 아이를 바라만 본다.
하지만 빛이 나는 아이도 성장하며 나름의 고충을 겪는다. 원치 않을 때도 타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탓에 자신의 빛을 숨기고 탈을 쓴 채 살아간다. 그러다 어둠의 아이와 만나고, 웃음을 되찾는다.
해석
결국 이는 사랑과 화합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지니고 있을 법한 콤플렉스를 직관적인 특징으로 형상화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와 단절을 그린다. 눈에 띄는 콤플렉스로 인해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제멋대로 규정되는 상황이 반복되자, 주인공은 점점 가면을 쓰고 자아를 숨기게 된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의외로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숨 쉴 틈을 찾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자 주인공은 가면을 벗고, 빛과 어둠의 공존하는 새벽 속에 두 사람은 서로의 콤플렉스를 통해 자유를 얻는다.
총평
아이유만의 잔잔한 위트가 가장 잘 담긴 뮤직비디오가 아닐까. 뮤직비디오 속 누구도 웃고 있지 않음에도 은은한 유머가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미인'을 차은우로 설정한 탓에 뮤직비디오의 서사도 완벽한 설득력을 갖추게 됐다.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미장센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거치는 어린이집, 숲속, 운동장, 교실, 사물함 모두 한국인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외에도 육교 위, 횡단보도, 상가 사이, 포장마차까지 한국의 도시 어디에서나 존재할 만한 곳이 현실감을 더했다.
'어둠' 역을 맡은 아이유의 표정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어딘가 지쳐 있는 표정과 함께 "나도 몰래 그 미인을 자꾸만 보고 있네"라는 가사를 읊조리는 장면은 어딘가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워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렇지만 웃음과 함께 잔잔한 위로도 전해진다. 아이유는 곡 소개를 통해 ‘미인’을 자기 자신을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 들여다보는 자기애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를 염두에 두고 뮤직비디오를 바라보면, 결국 누구나 스스로에게 차은우와 아이유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미를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닐까.
한줄평
국힙원탑 아이유, 이젠 재밌기까지 하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