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이 뭐길래?"…0%대 성장률, 2009년과 지금 다른 이유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6.03 07:09  수정 2025.06.03 07:09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0.8% 성장

기초 체력 강했지만, 외부 충격 커

잠재성장률 낮아지면 장기 악영향

서울 명동거리 한 폐업한 가게에 폐점 세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의 성장률과 같은 만큼, 당시의 금융 경색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만큼 과거보다 기업 부도나 유동성 위기 등 단기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오히려 장기적인 부작용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5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9년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률이 1% 미만을 기록한 건 지난 2009년과 코로나 시기인 지난 2020년(-0.7%)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이러한 전망에 우리나라 경제 불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3개월 만에 0.7%포인트(p)나 낮춰 잡은 만큼,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는 등 회복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하방 압력이 심화된 상황은 맞지만, 지난 2009년 당시의 성장률과 절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석에 따르면 역성장 확률이 글로벌 금융위기때는 5% 정도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14%에 이른다"며 "오히려 금리를 너무 많이 빨리 낮춰서 유동성을 더 공급하게 될 경우 주택가격 등으로 흘러 들어가는 코비드(코로나19) 당시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보유한 자본, 노동력 등 모든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치를 뜻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반면, 반대의 경우 경제의 활력 저하가 만성화된 상황이라고 해석된다.


지난 2009년 당시의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은 대략 3%대 중후반으로 평가받았다. 즉 0.8%였던 실제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가진 잠재력에 한참 못미치는 결과였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부도가 속출하고 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금융경색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2009년 당시를 비유하면, 평소 10km를 뛰던 선수가 갑자기 넘어져 발목을 삐끗한 상황"이라며 "체력 자체는 충분해도 외부 충격으로 실력 발휘를 못한 것이다 보니 이후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경제는 2010년에는 7.0%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최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고령화, 투자 부진 등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 간의 격차가 과거만큼은 크지 않고, 실질적인 충격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기초 체력이 약해진 선수가 자신의 현재 능력치에 근접하게 뛰지만, 그 기록 자체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충격은 적어도, 장기적인 부작용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처럼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만으로 반등이 가능했던 시기와 달리, 이제는 구조적 변화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유동성 등 금융 여건만 본다면 과거보다 완화적인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빨리 낮추면 경기부양보다 주택가격 상승 등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사실보다,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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