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손 잡자 반전 결과?…‘당신의 맛’ 흥행 단맛 뒤 남는 씁쓸한 맛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6.03 14:01  수정 2025.06.03 14:01

KT가 자사 IPTV 플랫폼 지니TV에서 ‘독점’ 공개되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타 플랫폼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그간 지니TV 이용자가 아닌 시청자들은 KT 자회사인 ENA에서 ‘본방’을 사수하지 못하면 지니TV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청할 수 없어 아쉬움을 유발하곤 했으나, KT가 ‘개방’을 선택해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첫 주자는 ‘당신의 맛’이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되는 지니TV 오리지널 콘텐츠로, 개방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총 10부작 중 6회까지 방송된 현재,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TOP10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며 해외 시청자까지 사로잡고 있는 것.


1%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4회 만에 시청률 3%를 돌파하며 빠르게 상승세를 보였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당신의 맛’을 시청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시청률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신의 맛’은 식품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작은 식당을 인수 합병하는 레시피 사냥꾼이 된 재벌 상속남 한범우(강하늘 분)와 전주에서 간판도 없는 원테이블 식당을 운영 중인 셰프 모연주(고민시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음식 또는 식당 운영의 철학을 느리지만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있다.


때문에 접근성이 낮은 채널 ENA 또는 지니TV 공개만으론 ‘마니아들의 호평’이라는 나름의 성과에만 만족했을 수 있다. 그러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을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요즘의 트렌드와 맞물려, 넷플릭스와의 협업 시너지가 극대화됐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앞서 U+tv와 U+모바일tv를 통해 공개된 STUDIO X+U 오리지널 드라마 ‘선의의 경쟁’ 또한 전 회차가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며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넷플릭스 공개 전까지만 해도 작품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 많은 시청자들을 아우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이어졌으나 결국 넷플릭스, 왓챠 등으로 뒤늦게 유통되며 아쉬움을 해소했다.


이 외에도 영화 ‘로기완’, ‘대가족’, ‘브로큰’ 등 극장에서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영화들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며 1위를 차지하는 등 안방극장에서 ‘역주행’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19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되는 글로벌 OTT라는 점에서, 때로는 넷플릭스 흥행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엔 넷플릭스가 답’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엔 씁쓸한 맛이 남기도 한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결국 국내 영화, 드라마 업계가 넷플릭스를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도 이어진다.


물론 넷플릭스와 어울리는 작품을 함께 공개하며 ‘시너지’를 높이는 것도 필요한 전략이다. 다만 국내 영화, 드라마 시장이 ‘결국엔 넷플릭스가 답’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흐름엔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는 1%대의 시청률로 출발해 마지막 회에서는 6% 시청률을 돌파한 바 있으며, ‘신병’ 시리즈는 마니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장수 시즌’을 노리기도 한다. 두 작품들 또한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으면 파급력이 더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반응을 얻었으나, 넷플릭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이에 이 같은 전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글로벌 OTT의 규모를 지상파가 따라가지 못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방송사 PD들이 갖추고 있는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의 성과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시도를 하는 만큼 그 과정을 지켜봐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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