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드라이브 파일럿으로 세계 최고 속도 시속 95km 조건부 자율주행 승인
카메라·레이더·LiDAR 등 35개 센서로 정밀 감지, cm 단위 차선 인식·안전 설계
獨 이어 美·中으로 자율주행 기술 확장…제도화 위한 기술 실험도 병행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려다 앞차가 멈춘 걸 늦게 알아 브레이크를 급히 밟은 적이 있는가. 혹은 출근길 정체 구간에서 잠깐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가 클랙슨 세례를 받은 경험은? 운전자는 언제나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 도로에서 ‘전방주시’는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당연한 ‘의무’를 기술로 무너뜨리고 있다. ‘한 눈 팔아도 되는 자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운전 중 신문을 읽고 영화를 보고 커피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벤츠의 자율주행 레벨 3 기술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은 그런 시간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한 눈 팔 자유’ 실현한 벤츠…양산차 최고 속도 자율주행 인증
벤츠는 드라이브 파일럿을 통해 양산차에 적용된 조건부 자율주행 시스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인 시속 95km를 구현했다. 이 기술은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의 승인을 받아,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벤츠의 고급 세단 S-클래스와 전기차 EQS에 옵션으로 제공된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독일 현지 기준으로 부가가치세(VAT)를 포함해 5950유로부터 시작하며 이미 해당 기능이 탑재된 차량의 경우 별도 하드웨어 교체 없이 OTA(무선 업데이트) 또는 서비스센터 방문을 통해 무료로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자율주행은 기술 수준에 따라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구분하는데 현재 양산되고 있는 자동차 대부분 레벨 2가 장착돼 있다. 레벨 3부터는 이전과 아예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다. 레벨 2까지는 운전의 주체는 사람이고 자율주행기술이 보조하는 식이었지만 레벨 3부터는 자동차가 핵심 역할을 하고 사람이 보조하게 된다.
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은 바로 이 레벨 3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한다.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운전자는 법적으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영화·TV 시청, 신문 열람 등 운전 외 활동을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사용이 명확히 허용되며 운전 중 잠시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기능은 벤츠의 정교한 기술력 덕분에 가능하다. 드라이브 파일럿에는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라이다(LiDAR) 등 총 35개 이상의 센서가 탑재돼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작동해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실시간 인식하게 한다.
또한 고정밀 디지털 지도와 위치 추적 시스템이 결합돼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차선 위치를 cm 단위로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수준의 정밀도는 시속 95km라는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교통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운전자가 제어를 다시 넘겨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운전자 제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경고에도 응답하지 않을 경우, 차량은 자동으로 비상등을 점등한 채 서서히 정지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벤츠는 지난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방청으로부터 조건부 자율주행 차량 외부에 ‘청록색 표시등’에 대한 승인을 받은 최초의 완성차 제조사가 됐다. 이번 승인은 시험 운행을 위한 것으로 독일 전역에 적용되며 초기 유효 기간은 2028년 7월까지다.
이 조명은 드라이브 파일럿이 활성화됐을 때 전면·후면 라이트, 사이드미러 방향지시등에서 점등되며, 자율주행 중임을 외부에 알려준다. 이로써 도로 이용자, 경찰, 교통 당국이 해당 시스템 작동 여부를 즉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벤츠는 2030년 전까지 독일에서 허용된 자율주행 최고 속도 한도인 시속 130km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장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레벨 4 자율주행 테스트 승인을 받은 첫 번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됐고 최근에는 중국 내에서 레벨 3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를 위한 시험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다.
마르쿠스 셰퍼 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 화상 인터뷰에서 “벤츠는 중국에서 레벨 3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를 위한 라이선스를 확보했다”며 “중국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개월 내 중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정비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레벨 3 차량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 시장에서는 벤츠의 레벨 3 기술 도입은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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