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량과 번식 시기까지 관리…ICT로 유량 증가·산차 간격 단축 성과[축산업 혁신⑦]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6.02 07:00  수정 2025.06.02 07:00

자가 조사료 활용과 데이터 기반 사양관리로 경영비 절감

305일 유량 1만1622kg, 체세포수 전국 평균 절반 수준 유지

정확한 발정 감지·적기 수정으로 분만 간격 390일 미만 기록

장원목장 전경. ⓒ데일리안 김소희 자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장원목장 내 착유기.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축산 현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도입되면서, 젖소의 체온, 번식 주기, 반추 활동, 젖산량 등 다양한 생체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작업 효율화를 넘어, 개체별 건강 상태와 생산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정밀 낙농 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유 생산량 증가와 산차 간격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축산 솔루션이 농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ICT를 연계한 젖소 데이터 관리로 우유군 검정검정능력 사업에서 1위를 기록한 농가가 있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장원목장은 유량, 번식기록, 사료급여량 등 종합적인 성적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원목장은 2019년 최우수 검정농가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전국 평균보다 1540kg 많은 유량, 전국 평균보다 5만3000cell/ml 낮은 체세포수를 기록했다. 또 해당 성적이 지속돼 2024년에도 최우수 검정농가로 선정됐다.


젖소 귀에 생체정보 탐지기가 부착돼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사료 섭취량과 질병 징후를 데이터로 관리…ICT 기반 정밀 낙농으로 유량·유질 개선 실현


송병기 장원목장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목장을 물려받았던 2006년엔 원유 생산량 증가를 위해 노력했다. 당시엔 자동급여기도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직접 사료를 공급했다. 많은 양을 급여하면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니, 적절한 양을 찾기보다는 사료를 많이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었다.


하지만 과도한 사료를 먹은 젖소들은 과산증 등 질병에 노출됐다. 원유 생산량이 늘었지만 그만큼 수의사 비용도 늘어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발생했다.


이후 여러 조언을 통해 급여 방식을 변경했다 무리하게 유량을 늘리기보다는 번식 성적에 맞춘 사양관리를 해 나가고 있다. 사람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을 적절하게 섭취해야 하듯, 젖소도 조사료(건초), 농후사료(곡물·단백질) 등이 혼합된 적절한 양의 사료를 먹었을 때 건강하기 때문이다.


이후로 송병기 대표도 데이터 기반으로 목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ICT 장비를 기반으로 산유량, 번식 및 질병 기록, 원유 출하량, 유성분 및 체세포수 등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해 개체별로 관리하고 있다.


젖소도 아프면 먹는 사료량이 줄어든다. 이는 원유 생산량, 번식 활동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젖소마다 생체정보 탐지기를 부착해 종일 먹은 사료량을 측정한다. 젖소 한 마리가 몇kg의 사료를 먹었는지, 먹어야 하는 하루양 중 얼마나 섭취했는지 비율 등의 데이터까지 확인할 수 있다.


탐지기는 소 귀에 부착돼 있으며 체온변화, 활동량 및 반추 행동, 발정 시기 감정, 분만 예정일 예측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정보만 파악해도 젖소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 장원목장의 305일 유량은 2023년도 기준 1만 1622kg으로 전국 검정 농가 평균인 1만 159kg 대비 14.4% 높게 나타났다.


또 우사와 착유실 위생, 환경 관리를 통해 낮은 체세포수도 유지하고 있다. 장원목장 체세포수는 2023년도 기준 8만 7400개/ml로 전국 검정 농가 평균 18만 9000개/ml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 착유기는 착유 과정 중 개체마다 원유 생산량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체별 유량 대비 적정 사료량을 조정하면, 소들이 자동 급이기에서 각자 유량에 적합한 사료를 고르게 섭취할 수 있다.


송 대표는 “많은 양을 급여해 유량이 늘어나더라도 젖소 번식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적절한 양을 영양분 있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관리한다면 젖소가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또 어떤 젖소는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등을 관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CT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이 있는 젖소는 따로 관리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상 있는 젖소를 빠르게 관리해, 질병이 더 악화되기 전에 초기에 발견할 수 있으니 치료비 절감 등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TMR 사료를 주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김소희 자
분만 간격 줄이고 번식률 높여…ICT 기반 정밀 번식관리로 생산성과 경제성 동시 확보


ICT 기술을 통한 목장 운영은 원유 생산량 증대뿐만 아니라 번식 관리도 용이하게 한다. 번식 능력을 향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분만 간격을 줄이는 것이다. 젖소 발정 시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낙농에서 생산성과 경제성 향상의 핵심이다.


ICT를 통해 걸음 횟수 증가, 활동량 증가 등 알림이 오면 젖소가 발정기가 왔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발정 시기를 정확히 감지해 적절한 인공수정 등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젖소가 분만 후 다시 임신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보통 85일에서 100일이 걸린다. 만약 발정 시기를 놓치면 인공수정 등을 하지 못해 재임신 기간이 늦어진다. 분만 간격(산차 간격)도 늘어난다.


젖소는 분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므로, 번식 지연은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비유기간(우유를 짜는 기간)이 길어지지 않으면 사료비는 늘고 생산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송 대표는 육성우는 13개월, 초산우는 40일, 경산우는 60일 이내 수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속적인 분만 간격 단축을 통해 최근에는 390일 미만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장원목장 평균 도태산차는 3.76이다. 이는 전국 검정 농가 평균 2.82 대비 1산 가까이 늦게 도태하고 있다. 이는 건우유 관리, 전환기 관리 등 영양 관리를 통한 대사 및 번식 장애 예방, 환경·위생관리 등을 통한 유방염 예방 등 종합적인 관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병기 장원목장 대표 모습. ⓒ데일리안 김소희 자
자구책은 결국 현장에서 시작…“데이터는 쌓는 게 아니라 읽고 움직이는 것”


ICT 활용뿐만 아니라 자급 조사료 생산을 통해 경영비도 절감하고 있다. 장원목장은 1만 3000평 규모 자가 조사료포에 옥수수, 호밀, 수단, 라이그라스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는 육성우 TMR에 사용되고 있다.


송 대표는 축산농가의 ICT 도입은 인력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향후 로봇착유기를 도입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고용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 대표는 “직원을 구한다고 해도 바로 구해지지 않는다. 현재 일을 하는 직원만 해도 채용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됐다”며 “만약 이직이라도 하게 되면 사람이 쉽게 구해지지 않으니, 결국 그 기간은 직원 없이 목장은 운영해야 한다. 향후 로봇착유기를 도입하게 되면 비교적 사람 손이 덜 가니, 고용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유 생산량 증대 등을 위해 개량 사업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체형과 유량이 많은 젖소가 필요하다. 젖소의 유량, 체형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중요한 건 정부 보조금, 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축주 스스로 경영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정부에서 사료자금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는데, 이를 최근부터 받지 않는다. 당장은 비용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결국엔 나중에 납부해야 할 대금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것이다”며 “당장 이달 경영비가 더 들어가더라도,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ICT 확산, 컨설팅 등으로 목장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긴 비교적 힘든 시기라고도 강조했다.


송 대표는 “컨설팅을 받더라도 그분이 다른 목장도 컨설팅한다. 저 목장은 어떤 사료를 어떻게 배합해 쓰는지 이런 건 이제 숨길 수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주어진 정보를 잘 활용하고, 정석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지기가 소가 이상이 있다고, 발정 시기가 왔다고

알려주는데도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이어 “목장 면적이 넓고, 소가 많더라도 목장에 쓰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 성과가 안 나올 수밖에 없다”며 “축주가 기계를 통해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데이터를 쌓고 하는 노력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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