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전쟁',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5.30 12:17  수정 2025.05.30 12:18

30일 개봉

영화 '소주전쟁'이 IMF 위기의 한복판, 국민 소주를 두고 벌어진 전쟁이 지금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되묻는다.


'소주전쟁'은 1997년 자금난에 처한 주류 회사 진로가 골드만삭스로 매각된 사건에 조명한 작품이다.국보그룹이라는 가상의 주류 회사를 무대로, 위기의 경영진과 이를 노리는 외국계 자본이 충돌한다.


ⓒ쇼박스

이야기의 중심에는 회사가 곧 자신의 인생인 종록(유해진 분)이 있다. 종록은 회사가 어렵지만 내기 골프에 빠진 석 회장의 무책임에 속을 끓이며 분노하고, 시위하는 직원들에게는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다. 종록에게 소주는 회사를, 직원들을, 나아가 한국인의 삶을 지탱해온 상징적인 존재다.


반면 종록에게 접근하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인범(이제훈 분)은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겉으로는 다정하지만, 본심은 철저히 계산적이다. 인범에게 소주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그는 신뢰를 쌓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그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려 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진짜 얼굴'쯤은 가볍게 갈아끼운다.


'소주전쟁'은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지닌 두 인물이 충돌하고 다시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중심의 가치와 자본 중심의 논리가 어떻게 부딪치고 섞이는지 보여준다.


극 중반 이후, 영화는 신뢰와 배신,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균열로 장르물의 색을 입는다. 이 전환점을 증폭시키는 건 이제훈이다. 중후반부터 장르적 톤을 견인하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IMF 시대 이야기지만 배경만 다를 뿐, 현재에도 충분히 대입할 수 있는 메시지가 영화가 끝난 뒤 소주처럼 쓴 맛의 여운을 남긴다. 30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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