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34개월 된 자녀는 최근 가위로 종이를 자르고 그 조각을 붙이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놀이에 푹 빠졌다. 처음에는 무작정 자르는 것만 하는 것 같더니, 점점 네모와 세모 모양으로 자르거나 어떤 글자와 그림을 따라서 자르고 싶어 하기도 하고, 쌀 한 톨 만큼 아주 작은 크기로 자르는 것을 도전해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가위질을 한다는 것이 마냥 기특했지만, 점점 거실 한쪽 벽면이 종이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것이 걱정되기도 하고, 같이 있는 내내 자르기와 붙이기를 도와 달라고 보채는 것이 조금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다. 하원 후 2-3시간의 놀이시간 대부분을 자르고 붙이기에 몰두하고 도화지와 색종이 뿐만 아니라 신문지와 전단지까지, 종이라면 다 잘라내는 ‘가위손’이 된 우리 아이, 이러한 놀이는 발달심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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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체적-인지적-정서적 발달, 3박자를 이루는 활동
가위질은 우선 손가락의 근력, 시각(눈)-운동(손)의 협응력, 방향 감각 등을 모두 요구하는 소근육 활동을 반영한다. 또한 자르고 붙이는 과정은 머릿속에서 떠올린 이미지를 실제로 구성해보는 심상-계획-표현 능력을 발휘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이 활동을 스스로 반복하며 성취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내가 계획한 것을 해냈다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획득하게 되면서 자기효능감을 쌓아가게 된다. 자율성과 주도성은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 발달 단계 중 만 2세-5세 사이에 이뤄져야 하는 과업이기 때문에, 자르고 만드는 활동은 아이의 건강한 심리정서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놀이를 확장하는 방법은?
아이가 단순히 가위질만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서 필자의 자녀 사례로 예시를 든 것처럼 아이는 스스로 다양한 재료나 방법을 시도하며 나름의 변화와 발전을 꾀하고 있다. 만약 아이가 너무 한 가지 활동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면, 해당 활동을 억지로 멈추게 하기 보다는 현재 활동을 유지하면서 다른 감각이나 재료, 표현 방식으로 확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고츠키(Vygotsky)의 근접발달영역 이론에 따르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타인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부모가 적절한 자극과 지원을 제공할 때 아이가 한층 더 확장된 발달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강제하지 않고 옆에서 도와주는 수준이 참여가 가장 적절한데, 아이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이에 응해주거나 주변에 천이나 비닐 같은 다른 재료를 비치해두며 새로운 시도를 유도해보는 것도 놀이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복되는 놀이 속에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있다. 의미없이 반복적으로 자르고 붙이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 모든 과정은 두뇌 발달의 흐름이자 감정 조절의 도구, 자율성과 창의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지원은, 그 몰입을 존중하고, 아이가 도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물리적 도움과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며, 천천히 놀이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자르기(만들기) 활동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풍성한 성장의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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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나 플레이올라 원장kina8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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