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 CIA 등 주요 정보기관 5곳 신분증 '해외 직구' 하기도
재판부 "법질서 보호, 공권력 존중 확보 위해선 엄중한 처벌 불가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착용한 안모씨 ⓒ연합뉴스
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주한중국대사관과 경찰서에 진입하려다 구속된 안모씨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이날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건조물침입 미수, 공용물건 손상, 모욕,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안모씨에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판단한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안씨는 지난 2월14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착용한 채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에 난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나를 빨리 조사하라'며 서울 남대문경찰서 출입 게이트 유리를 발로 차 파손하고 내부로 진입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안씨는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막말과 폭언을 하고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받자 위조한 가짜 미군 신분증을 제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씨는 미군 신분증 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이스라엘 모사드 등 해외 주요 정보기관 5곳의 신분증을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씨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 2월13일까지 해외의 한 사이트를 통해 위조 신분증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안씨는 자신이 미국 국적에다가 미군 예비역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안씨는 한국 국적 보유자이며 우리나라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안씨는 단 한 차례도 미국으로 출국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안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외국대사관에 침입하려 하고, 공공기관인 경찰서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부당한 이유로 파손하는 등 범죄가 중대하다"며 "허위 주장을 반복해 수사에 혼선을 준 점 등에 비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안씨 측 변호인은 "중국대사관에 진입을 시도한 건 정치적 메시지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달할 의도였다"며 "인적 피해를 발생시킬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안씨 역시 "추후 (구치소에서) 나간다 하더라도 항상 준법정신의 틀 안에서 법이 허용하는 내용으로 퍼포먼스를 제한해 사회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면서 "(나의 행위로 인해) 많은 행정력이 소비되고 많은 분이 피해를 입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해 경찰관을 위해 공탁금 100만을 납부한 점과 손상된 공용 물건 수리비를 자비로 지급한 점을 유리한 정상 참작 사유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개인적이며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 대중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의도로 이 사건과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서 범행 현장에 출동하거나 피고인에 대한 조사에 관여한 경찰 공무원들의 직무 집행에 상당한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과정에서 경찰 공무원의 직무를 극도로 경시하는 태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점과 국가와 법질서의 보호 및 공권력에 대한 존중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안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