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개봉
고봉수 감독이 이희준과 다시 손 잡고 서정적인 멜로로 돌아왔다.
ⓒ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고봉수 감독, 배우 이희준, 서예화, 신민재, 장춘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귤레귤레'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귤레귤레'는 제멋대로인 상사와 출장을 온 대식이 알코올중독 남편과 재결합하기 위해 여행을 온 정화와 우연히 튀르키예에서 수년 만에 재회한 내용을 담았다. '귤레귤레'는 튀르키예 인사말로 사람을 떠나보낼 때 쓰이며 '웃으며 안녕'이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고봉수 감독은 "이희준과 '습도 다소 높음' 촬영 후 다음 작품을 논의했었다. 멜로 장르를 하고 싶다고 해서 어떤 영화가 좋냐고 묻는 과정에서 폴 토마슨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를 레퍼런스 삼아 작업했다. 주인공의 황량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장소는 카파도키아로 정하게 됐다"라고 영화의 시작점을 밝혔다.
대식 역의 이희준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신민재를 만난 적이 있다. '델타 보이즈'를 너무 잘 봐서 감독님께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고 전해달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대본이 왔다. 그렇게 3회차로 찍은 영화가 '습도 다소 높음'이었다"라고 고봉수 감독과의 인연을 전했다.
그는 "촬영 과정이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또 함께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 튀르키예에서 찍자고 하길래 너무 흥미로워 당장 달려갔다"라고 말했다.
멜로를 하고 싶었다는 이희준은 "상업영화에선 누가 죽거나 살인자 등 자극적인 이야기만 다루곤 하지 않나. 저도 서정적인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늘 생각해 고봉수 감독에게 말했다. 그러면 대본이 바로 온다"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엔 촬영을 하면서 오히려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됐다.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배우는 아니다. 어머니, 딸들, 터키 사람들 모두 비전문 배우인데도 현장에서 상황과 몇 마디 멘트만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그래서 오히려 제 연기가 부족해 보였다. 감독님이 연기 경험 없는 분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연출하시는지를 보고 정말 감탄했다"라고 말했다.
정화 역의 서예화는 이희준이 러브콜을 보내 성사됐다. 이희준은 "서예화는 연극 무대부터 함께했다. 제가 하는 여자 후배 중 가장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배우다. 감독님의 즉흥적인 상황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였다"라면서 서예화를 추천한 이유를 밝혔다.
서예화는 "고봉수 감독님의 영화를 원래 좋아했다. 너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희준 선배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함께 영화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고봉수 감독은 상황을 던져준 뒤, 배우의 즉흥성과 감각에 맡기는 연출을 선호한다. 고 감독은 "예전엔 상황만 주고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담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연출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철저히 준비했다. 아내가 멜로 영화 마니아이기에, 함께 멜로 명작들을 복기하며 참고했다. 대사를 배우들이 모두 숙지하되, 연기할 때는 자유롭게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했다"라고 연출 방식을 설명했다.
고 감독과 첫 작업한 서예화는 "감독님께서 대본은 하나의 내비게이션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위에서 자유롭게 살아달라 하셨다. 현장에서 부침을 겪기보단 오히려 재미있게 찍을 수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서예화는 "튀르키예로 떠나기 전, 정화라는 인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혼을 결정한다는 것도 큰 결심인데, 재결합을 선택하는 건 얼마나 더 큰 결심일까. 그 마음을 비행기 안에서 고민했다. 영을 하면서는 모든 배우들이 상황을 믿는 힘에 놀랐다. 나는 어쩌면 연기를 '연기'로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참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라고 연기 주안점과 느낀 점들을 밝혔다.
신민재는 정화의 전 남편을 연기했다. '델타보이즈', '튼튼이의 모험', '습도 다소 높음' 등 고봉수 감독과 많이 손발을 맞춘 그는 "이번에도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갈등을 유발해야 하는 인물이지만, 관객분들이 덜 미워하실 수 있게 고민했다. 부부의 전사가 등장하지 않지만 정화가 왜 병선을 떠나지 못하는지 납득할 수 있게 연기해야 했다. 빼어난 외모는 아니지만, 인기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믿게 하고 싶었다"라고 신경 쓴 부분을 전했다.
원찬 역의 정춘은 "처음 감독님과 작업할 때는 굉장히 긴장했다. 대본은 있었지만, 늘 듣던 말이 '즉흥적으로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대본에 쓰인 키워드는 정확히 살리되 나머지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처럼 자유롭게 연기하는 방식이었다. 첫날만 긴장했고 그 이후로는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고봉수 감독과 첫 작업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원찬은 직업이 해외 바이어예요. 실제 무역을 하는 분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팁을 주는지 궁금해서, 저희 영화 PD 님께서 실제 바이어를 만나게 해주셨다. 내적으로는 원찬이라는 인물이 꼴 보기 싫고 밉지만 또 정이 가는 인물이길 바랐다. 최대한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게, 호감형으로 보이도록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라고 노력한 지점들을 설명했다.
끝으로 이희준은 "카파도키아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가는 이유가 단 하나더라. 해 뜨기 직전, 열기구를 띄워서 잠깐 타고 내려오는 경험이 전부인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낭만적이기도 하다. 누구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에 정말 절묘한 배경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상처를 풀어내며 '귤레귤레'라고 인사하게 되는지를 보시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서예화는 "감독님 영화의 좋은 지점은 언제나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관객분들께서 이 영화를 보시고, 끝맺음이 아니라 다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여운, 물음표가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6월 11일 개봉.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