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50대 형제 살해한 뒤 지난 19일 편의점주, 집주인 흉기로 찔러
사건 10여일부터 흉기 구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 준비한 정황 확인
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 검사 실시…이에 해당하지 않는단 결과 나와
경기 시흥에서 둔기와 흉기로 2명을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차철남(56)이 이달 초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시흥경찰서는 이날 오전 경찰서 회의실에서 이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차철남을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차철남은 지난 17일 오후 4시~5시쯤 중국동포인 50대 A씨 형제를 각각 자신의 시흥시 정왕동 집과 인근에 있는 이들 형제의 집에서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지난 19일 오전 9시34분쯤 집 근처 편의점의 60대 여성 점주 B씨를, 같은 날 오후 1시21분쯤 한 체육공원에서 자기 집 건물주인 70대 C씨를 잇달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차철남은 2012년 재외동포에게 발급되는 F4 비자로 입국한 이후 '형·동생 관계'로 가깝게 지내 온 A씨 형제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도합 3000여만원을 빌려줬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나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CCTV 영상, 금융자료, 통신수사 등을 통해 차철남이 사건 10여일 전인 이달 초부터 흉기를 구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 차철남은 술을 먹자고 유인해 A씨 형제 중 형을 먼저 살해한 뒤 이어 동생을 살해했다. 피살된 A씨 형제는 두부 손상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시신 부검 구두 소견이 나왔다.
자신의 집과 이들 형제의 집에서 잇달아 일을 저지른 차철남은 피해자의 SUV 차량을 훔쳐 차에서 이틀을 지냈다. 이 기간 차철남은 어차피 검거될 것이라고 판단해 멀리 도주하지 않은 채 자기 집 또는 저수지 주변을 배회하거나 식당에서 식사하며 지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차철남은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다가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B씨와 C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9일 오전 9시36분쯤 "편의점 업주가 흉기에 찔렸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23분쯤 "체육공원에서 한 남성이 흉기에 찔렸다"는 112 신고를 추가 접수하고, 두 사건의 용의자를 차철남으로 특정했다.
그 사이 A씨 형제의 시신 2구가 발견되자 경찰은 정식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차철남을 공개수배했다.
차철남이 도주 과정에서 절도한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에 주목하고, 그가 이 자전거를 버린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한 끝에 19일 오후 7시24분쯤 시화호 부근에서 차철남을 검거했다.
차철남은 경찰에서 중국으로의 귀국 등 멀리 달아나지 않은 이유에 관해 "자수를 고민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B씨에 관해 "나를 험담해서", C씨에 관해 "나를 무시해서" 각각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와 C씨가 차철남과 이전까지 서로 큰 갈등을 빚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차철남과 평소 서로 음식을 나눠 먹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B씨와 C씨는 모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차철남을 구속한 뒤 22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면담했으며, 차철남의 머그샷 사진과 이름,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또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했으나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철남은 1997년 처음 국내에 입국했다. 이후 불법체류자로 머물다가 중국으로 출국한 뒤 2012년 다시 국내에 들어왔다. 이후로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비자를 갱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차철남은 국내에서 뚜렷한 직업을 갖지는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주변 이웃들이 이사 가면서 버린 물품을 중고 사이트에 팔거나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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