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분리수거'가 필요한 순간, 이소민 감독의 로맨스 실험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5.21 08:31  수정 2025.05.21 08:31

박보경·윤혁진·태항호 주연

사랑의 아픔을 가진 청춘들이 제주 게스트하우스에 모였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는 이소민 감독, 배우 박보경, 윤혁진, 태항호, 박민서, 문경태, 백민지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분리수거'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분리수거'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그곳에 모인 이들의 연애담에 관한 리얼리즘 로맨스토리다.


이소민 감독은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감정이 소모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걸 이야기로 풀어보려다 이 작품을 쓰게 됐다"라며 "소재는 분리수거라는 단어에서 착안했다. 감정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나눠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재연(박보경 분), 재화(윤혁진 분), 범주(태항호 분), 다혜(박민서 분)과 진석(문경태 분) 커플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이에 이 감독은 "네 커플 모두 실제 연인들을 인터뷰해 구성했다. 하나만 깊게 파기보다 다양한 관계를 나열해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재연 캐릭터는 남자였는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여성 캐릭터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이별을 고민하는 재연 역을 맡은 박보경은 "근무 중에 시나리오를 받았다.재연은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인데, 그게 당시의 나와 닮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공감이 갔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 재화를 연기한 윤혁진은 "처음엔 독립영화라는 말에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계속 상상이 됐다. 어떤 방식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계속 그림이 그려져서 도전해보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태항호는 촬영지가 제주도라고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감독님과의 인연도 있다. 대본도 재밌어서 바로 참여했다"라며 "정인기 선배님과 매일 술 마시면서 좋은 추억을 쌓았다. 제주도의 풍경과 분위기도 좋았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범주 캐릭터가 참 좋았다. 나도 경제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없었던 기억이 있어서 더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박보경과 윤재화는 스쿠버다이빙 장면을 위해 함께 교육을 받았다. 윤혁진은 "이번 영화로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예전에 프리다이빙을 잠깐 해봐서 좀 수월했다. 감독님이 원래 자격증이 있어서 직접 지도하려 했지만 바빠서 우리끼리 따로 교육받았다. 수영장 신은 직접 찍었다"라고 밝혔다.


박보경은 "윤혁진보다 10분 덜 배웠다. 같이 교육받으면서 친해졌다"라고 덧붙여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감독은 "입수 장면은 제주도에서 찍고, 실제 수중 촬영은 필리핀에서 진행했다. 회차와 일정이 촉박했고, 제주도 날씨가 언제 바뀔지 몰라 수중 촬영은 안정적인 환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 두 분 모두 다이빙 자격증이 없어서 수중 장면은 대역을 활용했다. 제작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수중 촬영도 내가 직접 맡았다. 당시 제주도는 기상이 악화돼 대부분 지역에서 배가 못 떴는데, 마침 에얼만 일대는 배가 떠서 촬영을 강행했다. 그런데 촬영 중 파도에 밀려 보트 사이에 낄 뻔했고, 프로펠러에 맞을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라고 수중신에 대한 뒷 이야기를 전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제작비 1억원으로 만든 영화. 적은 예산이었지만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해 줬고, 그 덕분에 분리수거라는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숙제를 끝낸 느낌"이라며 "공개 전날까지 두렵고 무섭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떨렸지만, 이제부터는 관객의 몫이라 생각한다. 욕을 먹든, 안 보든, 그건 관객의 자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음 숙제를 또 하겠다. 요즘 영화계가 너무 어렵다. 상업영화든, 저예산이든, 독립영화든 더 많은 관객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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