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알면 아쉽고, 처음이면 무난한 ‘오세이사’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24 11:53  수정 2025.12.24 11:53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가 한국판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9년 전격소설대상에서 4607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원작은 국내 누적 판매 50만 부를 기록했으며, 2022년 개봉한 일본 영화 역시 121만 관객을 동원해 최근 10년간 일본 실사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했다. 한국판 리메이크는 이러한 기본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인물 간 관계와 감정의 배치에 변화를 줬다.


이야기는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를 돕기 위해 시작된 재원(추영우 분)의 가짜 고백이 점차 진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서윤(신시아 분)은 잠들면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 하루의 일을 일기에 기록하고 아침마다 이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서윤은 재원의 고백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만남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데이트 후 버스에서 잠들어 재원을 기억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 서윤은 결국 자신의 기억장애를 고백한다. 이때 재원은 오늘의 사실을 일기에 남기지 말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내일의 서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매일 처음 만나는 것처럼 인사를 나누고,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감정을 쌓아간다.


각색의 변화는 가족 서사에서 두드러진다. 원작에 등장하던 누나 캐릭터와 갈등은 삭제됐고, 대신 아내와 엄마를 잃은 아버지와 아들이 상실을 공유하며 서서히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이 간결하게 배치된다. 가족 이야기를 확장하기보다는, 인물의 현재 감정에 필요한 만큼만 남겨둔 구성이다.


조연 서사 역시 과하지 않게 보강됐다. 괴롭힘의 주동자였던 태훈(진호은 분)은 재원의 약속 이후 괴롭힘을 멈추는 과정에서 기존 무리에서 고립되고, 재원의 도움을 받으며 관계가 재편된다. 설명이나 감정적 화해 없이도, 상황의 변화만으로 인물의 이동을 납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주연 배우 추영우의 외형은 캐릭터 해석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극 중 재원은 미소년적이고 병약한 이미지가 강조돼야 하는 인물이지만, 화면 속 추영우는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건장한 인상에 가깝다. 이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 역시 신체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부각시키며, 캐릭터의 서사적 설정과 시각적 인상 사이에 간극을 만든다.


이 영화의 서사가 아주 촘촘하거나 전개가 정교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서 ‘오세이사’는 기억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어지는 감정을 첫사랑의 설렘과 상실 속에서 풀었다. 원작을 알고 있다면 일부 장면에서는 여운이 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하는 관객에게는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청춘 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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