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과 요구에 꼿꼿이 자리 지켜…차기 대선 후보 급부상
"야밤의 정치 쿠데타"…당원들이 손 들어줘 후보 자격 회복
'꼿꼿문수'
12·3 비상계엄 이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계엄사태에 대한 사과를 강권했다. 이에 국무위원들은 한 차례 이상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 장관은 꼿꼿하게 정면만 응시했다. 여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타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김 후보는 계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계엄에 반대한다"면서도 "탄핵은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김 후보는 '꼿꼿문수'로 불렸다. 또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입장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자 보수 지지세는 점점 커졌다. 지난 1월부터 4월 초까지 줄곧 범보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 부름'을 받은 김 후보는 21대 대선 출마 결단을 내리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이튿날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공식 선언하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김 후보에게서 승리 가능성을 엿본 현역 의원들이 하나둘씩 김 후보 캠프로 합류했다. 전통적인 보수 표심도 김 후보에게로 기울어졌다.
김 후보는 최종 경선에서 득표율 56.5%로 한동훈 전 대표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앞서 정치권에선 '경선이 시작되면 김 후보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러한 예상을 보기좋게 깨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 지도부는 당내 경선을 막 마친 김 후보를 상대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를 향해 대선 후보의 당무우선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를 향해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후보와 지도부간 갈등의 서막이었다.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개최해 김 후보에게 '10일 이전 단일화'를 촉구했다. 대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11일 이전에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지도부는 의총 도중 굳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와 단일화 설득을 위해 김 후보 자택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 김 후보를 따라 대구로 내려가는 도중 김 후보가 상경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허탕을 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김 후보는 한 전 총리와 단일화 논의를 위해 두 차례 회동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김 후보는 단일화 시너지와 후보 검증을 위해 일주일 간 각 후보가 선거 운동을 하고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6일)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10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단일화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면서 다급해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단일화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나아가 당 지도부는 8일 김 후보와 한 후보의 1대1 토론 직후 9일까지 이틀간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강제 단일화' 절차에 착수했다.
토론은 김 후보 불참에 따라 불발됐다. 김 후보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 앞에서 '강제 단일화' 거부 의사도 밝혔다.
김 후보가 제기한 '전국위원회 소집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당 지도부의 판세가 유리해졌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측 대리인 간의 실무 협상이 또 다시 결렬되자 지도부는 야심한 새벽에 김 후보의 후보 선출을 전격 취소하고 한 후보를 입당시킨 후 새 후보로 단독 등록했다.
김 후보는 "야밤의 정치 쿠데타"라며 후보 지위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중앙당사 후보 집무실 점거 농성에도 돌입했다.
지도부는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찬성 여부를 묻는 전당원투표 결과를 기다렸다. 후보 교체를 위한 절차였다. 그러나 결과는 부결이었다. 당원들은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은 즉시 회복됐다. 권영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꼿꼿했다. 탄핵 반대부터 단일화 약속, 강제 단일화 반대까지, 그것이 옳던 그르던 끝까지 밀어붙였다. 외압과 지탄에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꼿꼿함은 그를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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