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회 소통관서 대선 출마 선언
통상 문제 해결·통합 등 공약 제시
오세훈과 쪽방촌 둘러보고 순댓국 오찬
광주 5·18 민주묘지 방문…참배는 못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년 내 개헌 및 퇴임'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개헌에 소극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확실한 차별화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전 총리는 △통상 문제 해결 △국민 통합 및 약자 동행 등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덕수 전 총리는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 3년 안에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면 그 안이라도 기꺼이 하야하겠다"고 했다.
그는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국민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며 "새로운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다음 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전체 5088자에 이르는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25번) 다음으로 '개헌'(14번)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한 전 총리는 3일 정대철 헌정회장을 만나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개헌에 뜻을 같이하는 대선 후보급 인사가 모두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또 특정 정당인 정파에 기반하지 않는 '거국 통합 내각'도 약속했다. 한 전 총리는 "가차 없이 쓴소리 하시는 분들,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삼고 초려해 거국 통합 내각에 모시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통상 문제 해결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통상 해법을 적극 모색하여 나가기로 했고,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 고위급 회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나는 우리나라 첫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경제부총리·국무총리에 이어 주미대사를 지내며 수많은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이고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아울러 "보수 혼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고, 진보 혼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다"며 "통합이 곧 상생이다. 국민 통합과 약자 동행, 즉 국민 동행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새로운 정부는 '한덕수 정부'가 아니다. 좌우로 나뉘는 대신 앞으로, 오직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모든 사람의 정부, 바로 '여러분의 정부'"라며 "나는 이길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고, 좌나 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사람이며, 약속을 지킨 뒤 즉시 물러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축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한 전 총리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과는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고, 필요하면 통합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책임론이 나오는 데 대해선 "계엄 직후부터 일관되게 국무회의의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증언을 해왔고, 헌법재판소에선 (나에 대한)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비공개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영삼·박정희·김대중·이승만 대통령 묘역을 차례대로 참배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우리나라가 갈등과 혼란을 딛고 앞으로,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한덕수"라고 남겼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리인을 통해 무소속으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첫 공개 일정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둘러봤다. 한 전 총리는 오 시장과 '순댓국 오찬'을 하면서 "(앞으로 공개할) 공약에 오 시장께서 내세웠던 약자와의 동행을 대폭 좀 포함을 시켜도 되겠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물론이다"라고 화답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에는 광주를 찾았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 보수 대권주자로서 '국민 통합'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한 전 총리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한 전 총리의 참배를 반대하는 시위대에 가로막혀 묘역에 입장하지 못했다.
한 전 총리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며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아껴야 합니다. 같이 뭉쳐야 합니다, 여러분"이라고 여러 차례 외쳤다.
약 20분간 대치 상태가 계속되자 한 전 총리는 결국 묘지로 입장하지 못한 채 민주의문 앞에서의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이후 한 전 총리는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 들렀다. "재래시장을 꼭 살려달라"는 한 상인의 호소에 한 전 총리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덕수 캠프는 전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총리 시절 손편지와 사비 후원금을 전달한 '해뜨는 식당' 업주를 잠깐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식당은 어려운 이웃에게 '1000원 백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한 전 총리는 시장에서 고구마 튀김 등 주전부리를 사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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