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말기 있는데 또"…애플페이 설치에 가맹점 2년간 40억 '출혈'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5.05.01 06:59  수정 2025.05.01 06:59

현대카드, 도입 1년 전부터 비용 지원

소상공인과 동일하게 50:50 부담해와

전월 기준 보급된 단말기 53만3471개

"제반 비용 소비자 혜택 축소 전가 안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부착된 애플페이 홍보물. ⓒ연합뉴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후 2년 동안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이를 사용하기 위해 40억원이 넘는 단말기 설치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다른 결제 방식들과 달리 애플페이가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이뤄지는 탓에 이미 카드 단말기를 갖추고 있더라도 추가로 단말기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고객이라도 놓칠 수 없는 가맹점주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단말기를 설치 해야했지만, 그 사이 현대카드의 독점 서비스 기간이 종료 되면서 그나마 도움이 됐던 절반의 지원금조차 끊겨 소상공인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대카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가맹점들이 애플페이 도입 1년 전인 2022년부터 2023년 말까지 2년에 걸쳐 NFC 단말기 설치에 86억50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와 가맹점은 각각 43억2500만원씩 부담했다.


애플페이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EMV) 비접촉 결제 규격 NFC 카드 결제 단말기에서 결제 가능하다. NFC 단말기는 마그네틱 카드의 마그네틱을 긁거나 IC칩을 삽입해 결제하는 접촉식 결제와는 다르게 결제 단말기와 결제 수단이 직접 접촉하지 않고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는 NFC 단말기 보급률이 낮은 상황이다. 이는 애플페이 출시 전부터 우려가 제기됐던 문제로 애플페이 출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 교체 비용이 15~20만원에 달해 소상공인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낮은 보급률 탓에 애플페이에 앞서 도입한 현대카드의 전체 결제 금액 중 애플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는 향후 애플페이를 도입하게 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한국지급결제밴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 설치된 NFC 단말기는 총 53만3471개다. 이는 400만개에 달하는 전국 가맹점의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애플페이 도입 전보다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등 향후 애플페이를 도입하려는 카드사들도 현대카드 사례처럼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 보급을 위해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영향으로 무이자할부 기간을 축소하거나 알짜카드 단종 등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제업계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들도 현대카드와 유사한 형태로 가맹점·카드사 분담 형태로 애플페이를 도입한다면 가맹점의 경우 단말기 설치 등 초기 비용 부담이 생기고 카드사 고객에게도 혜택 축소 등 간접적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애플페이 도입을 앞둔 신한카드 및 국민카드는 과거 현대카드 사례와 마찬가지로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 보급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애플페이 도입 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이 소비자 혜택 축소 등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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