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1분기 영업이익 최대 3배 급증 전망
IMO 탄소세·美 대중 제재·조선업 부흥 정책…친환경·수주 경쟁력 ‘3중 수혜’
“중국 견제하려면 한국 필요”…K-조선, 글로벌 공급망 핵심으로 부상
국내 조선업계가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역대급 성과를 예고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종 인도 본격화와 외부 환경의 복합 호재가 맞물리며 실적과 수주 전망 모두에서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은 오는 24일 한화오션은 28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1분기 영업이익은 5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93.2% 늘어난 1506억원, 한화오션은 200.9% 증가한 1592억원으로, 조선 빅3 모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최근 실적 반등은 가격보다 품질과 수익성을 우선시한 고부가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가 본격적으로 성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는 지난 2~3년간 수익성이 낮은 저가 수주를 피하고 LNG선·군함·해양플랜트 등 고수익 선종 위주로 수주를 조정해 왔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후판 가격 하락은 마진 개선에 날개를 달았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 실적에 대해 “2025년 1분기 영업일수 감소에도 우호적인 환율, 인도량 증가에 따른 엔진 매출 증가로 인해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인건비, 후판가 등의 비용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매출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이후 조선업계를 둘러싼 대외 여건은 중장기 수요 확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제해사기구(IMO)가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5000t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강화된 탄소세 부과 제도다. 전 세계 해운사들이 신조 발주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친환경 선박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한 한국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IMO의 규제 강화는 친환경 선박 중심의 신조 발주 수요를 자극할 전망이다. 특히, 엔진 효율이 낮은 피더급 컨테이너선, 중형(MR)급 탱커, 구형 LNG 운반선 등은 규제 대응이 어려워 대체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에 친환경 이중연료 추진선 12척을 포함한 약 40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기록했으며, 한화오션은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선박의 86%를 친환경 선박으로 채우며 시장 선점을 확대 중이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조선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0월부터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항만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선주사들이 중국 조선소에 대한 발주를 재검토하고, 한국 조선사로 발주처를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에 따라 수주 확대는 물론, 가격 협상력까지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조선업 부흥 정책도 국내 조선업계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내 선박 건조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군함·LNG선 등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외주 확대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미국발 수주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인건비와 인력 수급, 해운시장 영향력 등 여러 면에서 2000년대 초반 중국보다 열위에 있어 조선업 진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중국 조선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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