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고집한 삼성重의 반전...변방서 조선업 ‘미래 주역’으로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4.22 14:05  수정 2025.04.22 14:48

조선 불황·적자 딛고 10년 투자 결실...해양플랜트 기술 독립

HD·한화, 특수선 경쟁 속 ‘FLNG 외길’로 독점 체제 구축

3조원대 모잠비크 수주 임박...그룹 비주류서 대세로 성장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 독자모델 모습.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 노선으로 조선업계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과거 조선업 불황과 연이은 적자, 그룹 내 저평가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다. 방산·상선 중심의 확장 경쟁 대신 미래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조선업 호황기와 맞물리며 결실을 맺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독자 노선을 고수하며 업계의 ‘미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업계에서 외면받던 FLNG에 꾸준히 투자해온 결과, 기술 독립과 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조선업 불황기였던 과거, 삼성중공업은 적자와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그룹 내에서도 ‘변방 계열사’로 여겨졌다. 주력 사업이던 해양플랜트의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장기화됐고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수요가 급감하자 주요 경쟁사들은 해양플랜트 투자를 일제히 중단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만은 FLNG 기술 개발에 매달리며 외길을 걸었다.


삼성중공업의 뚝심은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 10기 중 절반인 5기를 수주하며 글로벌 FLNG 시장의 확고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모잠비크 정부가 코랄 북부 FLNG 개발 계획을 최종 승인하면서 삼성중공업의 25억 달러(약 3조5500억원) 규모 수주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2022년 코랄 남부 프로젝트도 삼성중공업이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정제한 뒤 이를 액화해 저장·하역까지 가능한 복합 설비로, 일명 ‘바다 위의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으로 불린다. 1기당 수주 금액이 2조~3조원에 달하며 이익률도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보이는 연안 FLNG는 심해용 대비 단가가 낮고 접안이 쉬워 최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장벽이 높다는 점도 삼성중공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FLNG 시장에서 유일한 경쟁자였던 중국 위슨 조선소는 지난 1월 미국 제재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로벌 발주 참여가 어려워진 상태다. 삼성중공업이 사실상 유일한 건조 대안으로 부상하며 독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FLNG인 '코랄 술'의 모습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모잠비크 수주 외에도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과 FLNG 납품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또 쉘과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YPF가 500억 달러(약 71조900억원) 규모로 공동 추진 중인 아르헨티나 LNG 프로젝트의 기본설계 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이미 중장기 일감을 확보했다.


이에 회사는 올해 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63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고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도 전년 대비 33% 늘어난 98억 달러(약 13조93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고부가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우선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수선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삼성중공업은 최근 방산 발주 확대 흐름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현재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미국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부문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등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미국과의 해양방산 협력이 확대될 경우, 방산 중심으로 슬롯(선박 건조 공간)이 채워지는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삼성중공업이 민간 수주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해운과 LNG 운반선 관련 발생한 중재금 부담도향후 재무 개선 여지로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은 총 3900억원 규모의 중재 판정을 받은 뒤 책임 소재를 두고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구상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전액 회수가 가능해지는 만큼 재무 구조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그간 FLNG 건조 경험을 통해 하부 구조물뿐 아니라 탑사이드 설계·제작 역량까지 극대화하는 중”이라며 “향후에는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없이 단독 수주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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