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편성 가능성에
MBC 드라마본부 소속 PD‧제작진 총 53명 항의
완성도 높은 퓨전 사극부터 심리 스릴러까지. 공들여 제작한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받던 MBC 금토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청춘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향한 해외 시청자들의 지지 외에는 어떠한 의미도 찾아볼 수 없는 ‘바니와 오빠들’에 이어, 이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카지노’의 편성 가능성까지 나오며 호평 뒤 씁쓸한 방송가의 현실을 전하고 있다.
ⓒ카지노 포스터
14일 MBC 드라마본부 소속 PD‧제작진 총 53명은 “지난달 27일 열린 드라마경쟁력위원회 회의에서 ‘카지노’ 편성안이 제시돼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결정이 강행됐다”며 “당초 제작 예정이던 드라마를 내년으로 미뤄 인위적으로 올해 예산을 흑자로 만들려는 의도이기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진의 카지노 편성 결정으로 인해 ‘판사 이한영’은 주연 배우와 재협상이 필요하다. 그간 힘겹게 쌓아 올린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MBC 드라마 회복의 흐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카지노’ 편성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MBC는 디즈니플러스 재방송 전문 채널이 되려고 하나”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MBC는 디즈니플러스의 또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편성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 당시 MBC는 디즈니플러스와 오랜 논의 끝에 ‘무빙’을 MBC를 통해 선보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양사의 바람을 담았으며,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과 유료・구독 OTT 플랫폼의 수급 제휴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보다 폭넓은 시청자층에게 선보이기 위함”이라고 협업의 이유를 설명했었다.
“양질의 콘텐츠를 보다 폭넓은 시청자층에게 선보이기 위함”이라는 MBC의 설명대로, 당시 ‘무빙’은 일요일 밤 시간대 편성이 돼 MBC 드라마와 새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느끼게 했다.
다만 MBC 드라마본부 소속 제작진이 주장한 것처럼 “당초 제작 예정이던 드라마를 내년으로 미뤄 인위적으로 올해 예산을 흑자로 만들려는 의도”로 ‘카지노’가 편성이 된다면, ‘가성비’ 추구 외에 어떤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MBC 금토드라마는 ‘웰메이드’ 작품이 편성되는 시간대로 꼽혔었다. 대표적으로 시청률은 5~6%대로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탄탄한 각본과 섬세한 연출, 그리고 뛰어난 연기까지. ‘잘 만든’ 심리 스릴러로 호평을 받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한석규는 그해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그 공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코믹과 액션을 조화롭게 버무린 색다른 사극으로 호평을 받은 ‘밤에 피는 꽃’을 비롯해 배우 김남주의 열연으로 깊이감을 더한 ‘원더풀 월드’ 등 지난 한해 다양한 MBC 금토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었다.
또는 ‘완성도’에 방점을 찍고 ‘스타 캐스팅’ 없이도 깜짝 흥행에 성공한 ‘옷소매 붉은 끝동’과 방대하면서도 탄탄한 서사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던 ‘연인’ 등 공 들여 제작한 사극을 바탕으로 ‘퓨전 사극’ 열풍을 이끌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 방송 중인 ‘바니와 오빠들’은 MBC 금토드라마와는 다른 결의 선택으로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다. 코코와플러스(KOCOWA+), 유넥스트(U-NEXT)를 비롯해 뷰(Viu),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등 해외의 여러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며 높은 순위를 차지 중이지만, K-로코를 향한 탄탄한 해외 팬덤의 지지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 힘든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흑역사로 남아버린 첫 연애 이후, 갑자기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들과 엮이게 된 바니의 남친 찾기를 다루는 로맨스 드라마로, 청춘들의 풋풋하면서도 설레는 로맨스는 담겼지만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시청률은 0~1%대에 그치고 있다. 스릴러, 사극이 아닌 가벼운 로맨스 드라마로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그 깊이가 지나치게 얕다.
치솟는 제작비로 인해 위기에 처한 요즘 드라마 시장을 고려했을 때 ‘바니와 오빠들’은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작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MBC 금토드라마가 그간 어렵게 쌓아 온 신뢰를 생각하면, 그 선택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이미 3년 전 공개된 타 플랫폼의 작품까지 가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면서 씁쓸함이 배가되고 있다.
MBC 드라마본 PD‧제작진들은 ‘카지노’ 편성에 반발하면서 “드라마의 미래를 헐값에 팔아 지켜낸 오늘, 과연 ‘르네상스’는 존재하냐”라는 물음을 던졌다. K-콘텐츠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려움에 처한 방송사들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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