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가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뉴진스의 팬들이 다국어로 문구를 적어 응원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 4월 16일에 법원은 뉴진스 멤버 5인의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어도어가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달 21일 법원에서 인용됐는데, 그에 반발한 뉴진스 측의 이의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가처분 신청 인용 당시 재판부가 뉴진스가 주장한 사유 11가지를 모두 인정하지 않아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뉴진스 측에서 워낙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고, 일반적으로 아티스트의 호소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11가지나 되는 사유 중 일부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부 불인정이다.
그만큼 뉴진스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뉴진스 측이 보인 자신만만한 태도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워낙 자신감을 보이니 당연히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할 거라고 기대했었지만 결과를 보면 그런 증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만이라도 뉴진스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면, 그래서 판단하기가 조금 애매하기라도 했다면 재판부가 가처분을 기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도어가 신청한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뉴진스의 독자 활동을 막아달라는 내용이다. 덮어놓고 활동을 막으면 설사 나중에 뉴진스가 소송에 이기더라도 뉴진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 아이돌에게 시간은 금인데 그 소중한 시간을 허송세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판부 입장에선 어도어가 신청한 활동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여주기가 상당히 부담됐을 것이다.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뉴진스 독자 활동을 금지시킨 것은 그만큼 재판부가 뉴진스 주장의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니 무려 11개에 달하는 뉴진스 주장이 단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했는데 그게 기각됐다.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온 셈이다. 뉴진스는 더 대중의 의구심을 사게 됐다.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뉴진스 주장의 일부는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국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등 큰 이슈였던 ‘무시해’ 논란이 그렇다.
하니가 다른 레이블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며 눈물로 호소했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질타가 하이브에 쏟아졌다. 다른 레이블 매니저면 그냥 남이다. 이게 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더군다나 스타 우선인 연예계 풍토에서 한류스타 하니가 일개 매니저 직원보다 더 강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니는 마치 핍박받은 약자처럼 말했기 때문에 의아했다. 또 하니는 중요한 증거인 CCTV 영상을 하이브가 숨긴 것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했는데, 어차피 CCTV 영상엔 소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왜 그걸 쟁점으로 내세우는지도 이해가 어려웠고, 또 상대 매니저는 자신이 ‘무시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차피 양쪽 다 주장일 뿐인데 왜 많은 이들이 일방적으로 하니의 말만 들으면서 매니저는 무시했을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아직까지도 일부 누리꾼들이 뉴진스를 응원하며 '뉴아르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건을 지적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하이브의 해명이 있었다. 하이브는 뉴진스와 무관한 다른 걸그룹 마케팅 전략 수립과 관련된 문건이라고 했다. 이러면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중립에서 지켜봐야 하는데 일부 누리꾼과 매체는 무조건 뉴진스를 두둔하면서 하이브를 공격했다.
이런 것들을 포함해 뉴진스의 모든 주장들을 재판부가 일축했다는 것이다. 과연 뉴진스는 본안 소송에선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뉴진스는 그동안 막무가내, 막가파식 태도를 보여왔다. 계약을 자의적으로 파기한 것 말이다. 계약을 깨려면 소송을 제기하거나 위약금을 내고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뉴진스는 자신들이 말로 선언하고 그걸로 계약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동이 용인된다면 케이팝 산업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많은 누리꾼, 언론 매체 심지어 일부 법조인들까지 나서서 뉴진스의 이런 행태를 옹호 고무했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막무가내 행태가 ‘절묘한 묘수’라며 지지했다. 그런 집단적 지지가 뉴진스 멤버들의 행동을 더 강화했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있을 본안 소송에서 뉴진스의 정당함이 입증될 수도 있다. 그건 그때 가서 지켜볼 일이고, 어쨌든 그것과 별개로 현 시점에서 자의적으로 계약이 끝났다고 선언한 것은 문제였다. 정말 정당하고 당당하면 소송을 제기해서 정식으로 계약을 파기했어야 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사실은 당당하지 못한 입장이라서 소송을 못 제기하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뉴진스는 법원 판단 이후에 외신과 인터뷰하며 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이 한국사회, 케이팝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아타스트인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이러면 안 그래도 서구에 있었던 ‘케이팝이 반인권적’이라는 선입견이 더 강화될 것이다.
뉴진스가 한국사회와 케이팝에 먹칠하면서 자신들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듯 한 모양새다. 이런 구도는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뉴진스가 할 일은 전혀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자신 있게 주장을 해왔으니 법정에서 그걸 입증하면 된다. 그 입증만 이루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뉴진스를 응원할 것이다. 과연 그들이 증명해서 판을 뒤집을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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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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